모로코에서 강진이 발생한 이후 국제사회가 지원의 손길을 건넸지만, 정작 모로코 당국은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구호물자와 수색인력을 제안한 국가들이 당혹감을 감추질 못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모로코에서 지진이 발생한 이후 유엔에 이어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미국 등 국가들이 전문가로 구성된 구조인력과 구호물자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으나 모로코 당국은 지진 발생 나흘차인 11일(현지시간)까지도 허가를 주저하고 있어 상대국들을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스페인과 튀니지, 영국,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은 구조대와 의료진을 비롯해 수색 장비와 구호물자를 모로코에 지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모로코와 단교한 알제리 역시 인도적 지원 차원에서 부상자 이송을 위해 폐쇄했던 영공을 개방했다.
그러나 지난 주말 쾰른 본 공항에 모인 독일 구조인력 50여명은 지원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전문팀이 끝내 귀가한 사례도 있다.
모로코는 독일 외에도 구호물품과 수색 작업을 지원하고싶다고 제안한 튀르키예와 미국, 대만 그리고 프랑스 등 국가들의 제안에 묵묵부답인데, 이들 국가는 모로코가 요청만 하면 즉시 지원팀을 파견할 수 있도록 준비 작업을 마쳤다. 그러나 외국 정부가 구호물품과 인력을 지원하려면 당사국의 요청과 승인이 있어야하기 때문에 원조를 제안한 국가들은 발만 동동굴리고 있는 상황.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최근 CNN에 “미국은 즉시 제공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전달하기 위해 모로코 정부에 손을 내밀었다. 우리는 모로코 정부로부터 어디서 무엇을 도울 수 있는지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파르한 하크 유엔 사무총장 부대변인도 모로코의 지원 요청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앞으로 수일 내에 양자간 더 많은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바스티안 피셔 독일 외무부 대변인은 모로코의 망설임이 정치적인 이유와는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모로코 측은 우리가 도움을 제공한 것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면서도 원활한 의사소통 역시 중요하다며 모로코 측 입장을 대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모로코가 해외 원조를 거절하고 있다는데 당혹감을 표하고 있다. 독일의 한 의원은 “모로코가 왜 빠르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자존심의 문제가 아닌 가장 빠르고 최선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스탠포드 대학의 모로코 전문가인 사미아 에라주키는 모로코 당국이 해외 원조를 꺼리는 이유가 통제력을 상실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외국 구호단체가 유입될 경우 모로코 입장에서는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 재난 피해자들의 생명이 위태롭다는 것을 시인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모로코에서 재난 골든타임인 72시간이 경과한 가운데, 모로코 내무부는 이번 강진으로 숨진 사망자 수가 2862명을 기록했고 부상자 수는 2562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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