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테기, '총재선거 불출마' 조건 확인하고 간사장 유임한듯"
"모테기 힘 떨어트리려 같은 파벌 오부치 당내 요직 기용"
과거 총재 선거 출마 고노·다카이치도 내각 잔류로 봉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지난 13일 대규모 내각 개조(개각)·집권 자민당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개각은 그가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총선을 염두해, 자신의 총재 라이벌들을 봉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기시다 총리가 전날 실시한 개각은 조기 중의원 선거, 내년 가을 자민당 총재 선거를 모두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그가 총재 선거 라이벌들을 봉쇄했다고 풀이했다. 내각제인 일본에서는집권당의 총재가 총리가 된다.
당초 이번 개각에서 가장 관심이 집중된 것은 유력한 포스트 기시다로 평가받는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간사장의 거취였다. 이번 개각에서 모테기 간사장은 유임됐다.
원래 당의 자금 배분 등에서 강한 권한을 쥔 간사장 자리에 모테기가 계속 앉아있는다면, 기시다 총리의 재선 전략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기시다 총리 주변에서는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다만 기시다 총리는 당내 제4파벌인 기시다파(45명)의 수장이다. 기시다파의 당내 기반이 약하기 때문에 제3 파벌 모테기파(54명), 제2 파벌 아소파(55명)와 함께 ‘3파연합’을 유지하며 정권 안정을 꾀해왔다. 모테기 간사장을 내친 후 3파 연합이 깨진다면 정권 안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모테기 간사장은 기시다 총리에게 유임을 요구했다. 아소파 수장 아소 다로(麻生太廊) 자민당 부총재도 “총재 선거에 나가지 않는 조선으로 모테기 간사장을 유임하면 어떠느냐”고 기시다 총리에게 제언했다.
이후 기시다 총리는 11일 모테기 간사장과 당본부에서 회담한 후 그의 유임을 최종 결정했다. 모테기 간사장이 총재 선거에서 출마하지 않고, 기시다 총리를 지지한다는 ‘조건’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모테기 간사장이 이끄는 모테기파 소속 오부치 유코(小?優子)는 당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발탁됐다.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주목되는 기용이다. 오부치 위원장은 2014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 당시 경제산업상을 맡았으나, 정치단체 허위 회계 의혹으로 사임한 바 있다. 이후 내각, 당의 요직에 기용되지 못한 채 물러나 있었다.
이런 오부치 위원장을 기시다 총리가 직접 수면 위로 끌어올린 셈이다.
닛케이는 기시다 총리가 지난 11일 측근인 엔도 도시아키(遠藤利明) 당시 당 총무회장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고 전했다. 엔도는 “이번 인사는 총재 선거에서 어떻게 싸우느냐다”고 제언했다.
엔도는 오부치의 선거대책위원장 기용을 촉구했다. 모테기파인 오부치의 파벌 내 구심력을 높여주면, 모테기 간사장의 힘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기시다 총리의 “재선 전술이 (오부치 기용에) 결정적이었다”고 신문은 풀이했다.
기시다 총리는 자신의 측근이자 또 다른 유력한 ‘포스트 기시다’로서 외무상을 역임하던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를 이번 개각에서 뺐다. 닛케이는 과거 총재 선거 출마 이력이 있는 그를 “주목받는 자리에서 제외하기 위해” 교체했다는 견해가 있다고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에서 자신과 함께 출마했던 고노 다로(河野太郞) 디지털상,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담당상은 유임했다. ‘라이벌 봉쇄’ 측면이 있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마이니치도 “총재 선거를 향한 움직임을 봉하려는 목적”이라고 해석했다.
고노 디지털상은 계속해 마이넘버(한국의 주민등록번호 격) 논란의 총점검 등을 맡게 됐다. 고노 디지털상 주변에서는 “손해 보는 역할이다”는 불만도 나온다.
기시다 총리가 미리 총재 선거 전략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2021년 총재 선거 성공이 있다.
당시 총재 선거에서 승리한 기시다 총리는 높은 지지율을 발판삼아 이후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냈다.
지금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최저 수준으로 추락한 상태다. 총재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지지율도 반전될 수 있다는 생각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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