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거대기술(빅테크) 기업 수장들이 미 연방의회가 개최한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 청문회에 모였다.
이들은 AI 규제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규제 방안을 두고는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의원들은 챗GPT 등 AI 제품들이 일자리를 위협하고 허위 정보를 양산하는 만큼 입법 작업에 속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로이터 통신과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상원 법사위원회는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의 주재로 13일(현지시간)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에서 AI 청문회를 열고 전현직 빅테크 대표 12명을 증인으로 소환했다.
이 자리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샘 알트먼 오픈AI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와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 등이 참석했다.
3시간 동안 비공개로 이어진 청문회에서 빅테크 수장들은 AI 규제 필요성에 대체로 공감을 표했다. 챗GPT를 개발한 알트먼은 회의가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모두 이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동일한 동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규제에 가장 적극적인 건 머스크였다. 머스크는 AI의 완전한 사용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규제 기관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심판이 있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규제 당국이 기업으로 하여금 대중의 안전과 이익에 부합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지난 4월 자신이 후원하는 싱크탱크인 미래연구소(FLI)를 통해 AI 고도화로 인해 인간이 문명의 통제권을 상실할 수 있다며 챗GPT보다 강력한 AI 기술 개발을 6개월간 중단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저커버그는 정부 주도의 강압적 규제 대신 기업 자율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AI는 급부상하는 기술인 만큼 균형을 잡아야 할 중요한 형평성이 있으며 궁극적으로 정부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도 “(규제) 모델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일선에 있는 미국 기업들이 표준을 설정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AI 학습에 사용된 소프트웨어 기술을 공개하는 방안을 두고도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전해진다. 저커버그는 AI 기술에 사용된 코드를 대중에게 공개하는 이른바 ‘오픈소스’ 정책을 정보 민주주의를 이루고 기업 혁신을 촉진한다는 이유로 지지했다. 이와 달리 게이츠는 오픈소스가 악의적 의도를 가진 행위자에게 넘어갈 경우 심각한 보안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60명 이상의 상원의원이 참석했다. 의원들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AI가 가짜뉴스를 퍼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AI에 의한 대량 실직 사태를 경고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마리아 캔트웰 상원의원은 생성형 AI에 의해 시나리오가 작성되기 시작하자 미국 할리우드 작가들이 파업을 벌였다고 전했다.
청문회가 비공개로 진행되자 조쉬 홀리 상원의원은 “의원들이 빅테크 기업 CEO들이 대답을 원치 않는 질문은 자제하기 위해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 아니냐”며 “즉각 AI 규제 법안을 표결에 부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향후 관련 청문회를 공개 진행할 가능성을 열어둔 뒤 노동조합과 시민사회 단체에도 증인 참석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슈머 원내대표는 미 정계에서 AI 논의를 주도해 온 인물로 지난 6월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행사에서 “미 의회가 AI 기술로 위한 위험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며 AI 규제 핵심 원칙을 담은 ‘SAFE 혁신 프레임워크’를 발표했다.
SAFE 혁신 프레임워크는 보안(security), 책임(accountability), 민주적 토대(foundations), 설명 가능성(explainability) 등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앞으로 미 의회에서 만들어질 AI 규제 법안의 기초가 될 전망이다. 척 슈머 원내대표는 AI 문제 해결이 시급한 만큼 올해 회기 안에 초당적 법안 통과를 희망한다고 표명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