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강(秦剛) 전 외교부장, 리위차오(李玉超) 전 로켓군 사령관 같이 한동안 행방이 묘연해진 중국 고위직의 ‘잠적 후 낙마’ 현상이 잇따른 가운데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장관) 신상에도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의혹이 퍼지고 있다. 왕 부장은 다음주 열리는 국제사회 최고 외교무대 유엔 총회에도 오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1989년 중국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이후 미국으로 방명한 전직 중국 외교관이자 민주화운동가 한롄차오(韓連潮)는 13일 X(옛 트위터)에 ‘왕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오랜 친구로부터 왕 부장이 자택에서 자숙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정보를 들었다”면서 “최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에서 리창(李强) 총리를 수행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19일부터 열리는 미국 뉴욕 유엔 총회에 불참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했다.
이와 관련 X에는 2007년 정계에서 물러난 리자오싱(李肇星) 전 외교부장이 7일 열린 중국-호주 고위급회담을 이끌며 등장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올라왔다. 왕 부장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과거 인사들이 재등판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29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아프리카 평화안보 포럼에서 공식 인사말을 한 이후 공개 석상에서 종적을 감춘 리상푸(李尚福) 국방부장은 부패 혐의로 낙마했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달 12일 중국 인민해방군 기관지 해방군보가 “고위 간부들은 형식주의나 관료주의를 배격하고 겸손하고 신중한 마음으로 일해야 한다”고 강조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최근 중국군에서 입찰 비리 등이 여러 건 적발돼 강도 높은 조사가 진행 중인데 리 부장도 조사 대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리 부장은 미국의 제재 대상으로, 중국이 철회를 주장하며 미중 간 마찰까지 빚게 했던 인물이지만 내부 칼날이 더 무서운 셈이다.
상당 기간 명확한 이유 없이 잠적한 중국 고위직은 대부분 자리에서 물러났다. 친 전 부장과 리 전 사령관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쳐 올 7월 각각 면직, 교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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