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정치 고령화 논란 확산
상원선거 당선땐 임기중 80대 돼… “이젠 새 세대가 세상 만들어가야”
바이든 애독 칼럼 “대선 출마 말길”
美 76% “대통령직 나이 상한 필요”
“이제는 새로운 세대가 일어나서 그들이 살아갈 세상을 만들어 가야 할 때다.”
2012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맞붙었던 밋 롬니 상원의원이 13일 차기 선거에서 불출마를 선언했다. 고령으로 의원 업무를 수행하는 데 지장이 있을 수 있다는 게 이유다. 롬니 의원은 1947년생으로 올해 76세다. 2025년 1월 임기가 끝난 뒤 다시 당선된다면 다음 임기 중 80대가 된다.
내년 11월 대선에서 재선 도전을 선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올해로 81세다. 맞수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보다 네 살 아래인 77세. ‘새 세대’를 앞세운 롬니 의원의 솔선수범은 미국에서 일고 있는 ‘제론토크라시(Gerontocracy·노년층이 정치·사회 전반을 장악한 체제)’ 논란에 더 큰 불씨를 지필 것으로 보인다.
● 롬니 “80대 남성은 요즘 이슈 몰라”
롬니 의원은 지역구인 유타주(州) 여론조사에서 50%대 중반의 탄탄한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다. 그런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늘날의 이슈는 중국, 기후변화, 인공지능과 같은 것들이다. 80대 남성들은 이러한 이슈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른다”며 “우리(70, 80대)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이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 발짝 물러나 각 당이 다음 세대의 누군가를 뽑게 해준다면 정말 좋은 일”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애독하는 것으로 알려진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이그네이셔스(73)도 고령 정치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그네이셔스는 12일 ‘바이든 대통령은 2024년에 다시 출마해선 안 된다’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바이든은 취임 연설에서 ‘우리의 시대가 끝나갈 때 후손들은 우리가 의무를 다했고 부서진 땅을 치유했다고 말할 것이다’라고 했다”며 “대통령님, 아마도 지금이 그 의무를 다한 순간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바이든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을 때 82세가 될 것”이라며 “바이든의 나이 문제는 단순히 폭스뉴스 기사가 아니다. 미국 전역 저녁식사 자리의 대화 주제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비단 보수층에서 공격용으로 꺼내는 이슈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그네이셔스는 “바이든은 2024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사퇴함으로써 기회가 있다”며 사퇴를 권했다.
● 美 76% “대통령직 나이 상한선 필요”
내년 미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제론토크라시 논란은 계기가 있을 때마다 뜨겁게 불붙는 모양새다.
지난달 30일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81)는 기자회견 중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고 30여 초간 허공을 응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 4월 노스캐롤라이나 농업기술주립대에서 연설을 마친 뒤 허공에 대고 악수를 하려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육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물컵을 한 손으로 들지 못하거나 계단을 휘청거리며 내려가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정치의 고령화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WP에 따르면 미 상원과 하원의 평균 연령은 각각 65세, 58세다. 양원 합쳐 535명 중 80대 이상 의원이 21명이다. 척 그래슬리 상원의원(공화당)과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민주당)이 90세로 최고령이다. 40세 이하 의원은 양원 통틀어 18명이다.
이 때문에 대선 주자들은 고령 정치를 저격하는 발언을 연이어 하고 있다. 공화당 대선 경선에 나선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는 “75세 이상 정치인은 의회 임기 제한을 두고 정신능력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도 “80세에게 대통령은 맞는 직업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미국인들도 정치 고령화를 우려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와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의 이달 2∼5일 조사 결과 응답자의 76%가 “대통령직에 나이 상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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