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르나 주민 6명중 1명 사망 우려
제대로 처리 못해 질병 창궐 가능성
각국 구조팀, 구출보다 시신 수습
폭풍 대니얼이 휩쓴 북아프리카 리비아 동부 지역 대홍수 사망자가 6000명을 넘어섰다. 사망자가 2만 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4일 카타르 국영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이날까지 리비아 당국이 발표한 사망자는 6000여 명이다. 그러나 리비아 동부 중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데르나시(市) 압둘메남 알 가이시 시장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알아라비야 방송 인터뷰에서 “앞으로 사망자가 1만8000명에서 최대 2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1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실종자들이 물에 휩쓸려 바다로 떠내려갔거나 무너진 건물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인구 약 12만5000명인 데르나에서 주민 6명 중 1명꼴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얘기다. 유엔 세계기상기구(WMO)는 이날 “홍수 경보가 빨리 발령됐다면 많은 인명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장 구호 활동 네트워크를 이끄는 파리스 알 타예흐는 전날 “우리가 본 광경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며 “바다에는 시신들이 떠있고 가족 전체가 떠밀려온 듯 아버지와 아들, 형제들 시신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전했다. 수습한 시신을 처리할 사람도 없고, 여건도 안 돼 병원 밖 인도에는 시신이 줄지어 놓여 있고, 온통 진흙으로 덮인 거리 여기저기에는 뿌리 뽑힌 나무와 뒤집힌 차량 등이 흩어져 있다고 한다.
세계 각국은 구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이시 시장은 이집트와 튀니지 아랍에미리트(UAE) 튀르키예 카타르 등의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유엔은 중앙긴급대응기금 1000만 달러(약 130억 원)를 구호 등에 쓰기로 했고 영국과 스페인은 각각 100만 파운드(약 16억5000만 원)와 100만 유로(약 14억2400만 원) 상당의 긴급 구호 패키지 제공을 발표했다.
하지만 현장 구조팀은 생존자 구출보다 시신 수습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곳곳에 널린 시신으로 인해 수인성 질병 등이 창궐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생존자 2차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시신을 수백 구씩 집단 매장하고 있으며 병원 두 곳은 시신이 너무 많이 몰려 사실상 영안실로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13년째 무정부 상태로 내전을 겪고 있는 리비아는 행정당국의 무능으로 피해 복구가 매우 더디다. 주요 도로와 다리가 훼손돼 구호물자와 인력 투입이 어려운 데다 진입로 확보에 필요한 중장비도 부족하다. 김동석 국립외교원 아프리카중동연구부 교수는 “인프라와 적절한 통치구조 같은 역량이 부실한 아프리카 국가는 선진국에 비해 자연재해 후 일상 회복에 걸리는 시간이 길다”며 “리비아 국민의 고통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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