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증시 기업공개(IPO) 대어로 불리는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의 공모 가격이 희망가 최상단으로 결정돼 14일 미 나스닥 시장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한동안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과 테크 시장 침체 속에 숨죽이고 있던 미 IPO 시장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앞서 ARM은 13일 최종 공모 가격을 주당 51달러로 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공모 희망가 47∼51달러 가운데 최상단이다. 모바일 칩 설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ARM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려 공모가를 최상단으로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 대만 TSMC도 최대 1억 달러(약 1327억 원) 투자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공모가 51달러 기준 ARM의 기업가치는 545억 달러(약 72조2000억 원)로 추산돼 올해 최대 규모 IPO 기록을 세우게 됐다. 이는 소프트뱅크가 지난달 산하 비전펀드에서 지분을 인수할 때의 640억 달러보다는 적지만 시장에서 판단한 450억∼500억 달러보다 많다.
뉴욕타임스(NYT)는 “ARM 상장은 향후 테크 기업 IPO 성공의 바로미터로 여겨져 미 월가와 실리콘밸리 양쪽의 관심을 받아 왔다”며 “성공 여부가 IPO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했다.
미국 IPO 시장이 뜨거워지는 배경으로는 올 들어 엔비디아 등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기술주 랠리가 이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다음 주에는 2012년 설립된 미국 마트 배송업체 인스타카트가 상장을 기다리고 있다. 주관사 선정 후 IPO를 준비한 지 3년 만이다. 공모 가격 희망 범위는 주당 26∼28달러로 상장 후 기업가치가 최대 93억 달러(약 12조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인스타카트는 소비자 대신 마트에서 장을 보고 배송해 주는 서비스 업체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생전에 즐겨 신었던 샌들 브랜드 버켄스탁도 다음 달 초 뉴욕 증시의 문을 두드린다. 최근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통해 IPO를 추진한다고 신청했다. 버켄스탁의 상장 후 기업가치는 80억 달러(약 10조6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1774년 독일의 구두 수선공인 요한 아담 비르켄스토크에 의해 설립된 이 회사는 2021년 5월 프랑스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 그룹 계열의 사모펀드 엘캐터턴 파트너스가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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