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학당 20대부터 60대까지 열공
올해 토픽 신청자 1년새 28% 증가
고급어휘 익히려 한자 공부하기도
한국 워킹홀리데이 지원도 증가세
“‘도끼’와 ‘토끼’ 중 어떤 발음이 맞을까요?”
“토끼요!”
13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8구의 세종학당. 초급 한국어 수업 수강생 약 20명이 한국어 공부에 한창이었다. 한 수강생은 헷갈릴 수 있는 ‘ㄱ, ㄲ, ㅋ’ 발음을 세심하게 구분해서 적었다. 다른 수강생은 그림까지 그려가며 ‘열공’ 모드에 돌입했다.
이날 수강생은 20대 젊은층에서 50, 60대 장년층까지 다양했다. 신연지 세종학당 소장은 “작년 하반기(7∼12월) 첫 수강 신청 때도 등록 경쟁률이 3.4 대 1이었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는데 올해 하반기 수강생은 지난해보다 2배 이상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자국 문화와 언어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른 프랑스에서 ‘한국어 열풍’이 뜨겁다. 단순한 외국어 수강에서 더 나아가 진지하게 한국어를 공부해 시험에 응시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주프랑스 한국어교육원, 교육부 등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올해 한국어능력시험 ‘토픽(TOPIK)’ 신청자는 996명에 달했다. 1년 전보다 약 28% 늘었다. 프랑스의 토픽 지원자 수는 서유럽 국가 중 가장 많다.
대부분의 수강생은 K팝 가사를 막힘없이 외우고, K드라마를 자막 없이 보기 위해 한국어를 배운다고 했다. 카미 바로앙 씨는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자막 없이 보고 싶다. K팝 또한 워낙 좋아해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한국학 강의를 통해 ‘한국사 덕후’가 됐으며 이후 고급 한국 어휘를 익히려고 한자까지 공부하고 있다는 시민도 있다. 파리정치대(시앙스포)에서 정치학을 공부한 자드 누졸로 씨는 “신라 역사를 공부하다 여성 통치자가 드문 시대에 선덕여왕이 나라를 이끌었다는 사실에 매료돼 한국어 공부에 빠졌다”고 했다. 그는 “외교관이 돼 한국에서 일하는 것이 꿈”이라며 “한자 공부도 따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는 프랑스인도 늘었다. 주프랑스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한국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발급받은 사람(18∼34세)은 지난해 941명이다. 올 상반기(1∼6월)에도 519명이 지원해 올해 전체로는 지난해 지원자를 넘을 것이 확실하다.
한국에서 모델로 활동하고 싶다는 심보 트라오레 씨는 “한국에서 일을 구하려면 비자가 있어야 하는데, 토픽 점수를 받아 두면 비자를 받는 데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 등 유럽에서 커지는 한국어 열풍을 유럽의 한국 전문가 양성 제도로 이어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강우 주프랑스 한국교육원장은 “한국어 교육의 전문성을 갖춘 교사를 꾸준히 길러내고, 이들을 재교육하기 위한 연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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