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K-9 생산 2배 늘려…한국, 세계 5위 무기수출국될 듯” WSJ

  • 뉴시스
  • 입력 2023년 9월 19일 11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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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9 자주포, 155mm 곡사포탄 등 한화가 주도
독일·미국 대비 성능 부족하나 가격·납기 압도적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한국의 무기 수출이 급증하면서 지난해 전년의 2배에 달했다. 이와 관련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한국 주력 무기 수출 상품인 K-9 자주포를 생산하는 창원의 한화 에어로스페이스를 탐방하는 기사를 실었다.

우크라이나에 각종 대포와 포탄을 대거 지원해온 미국과 서방국들은 자국 군수 산업이 바닥난 무기 재고를 채울 여력이 부족함을 깨달았다. 한국의 무기 수출이 급증한 배경이다.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직접 무기를 공급하지 않지만 미국과 동맹국들의 재고를 채우는 데는 적극 나서 왔다. 납기를 앞당기는 것은 물론 서방 어느 나라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급해왔다.

한화는 자주포 수출을 더 늘릴 채비를 하고 있다. 최동원 한화 에어로스페이스 창원 공장 총괄 전무가 생산능력을 2배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른 나라와 달리 지속적으로 원자재와 인력을 확보하는 투자를 통해 생산라인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달라진 전쟁 양상

냉전 종식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은 군수산업 우선 순위를 재조정했다. 유럽국들은 국방예산을 크게 줄였고 전차와 중화기 보유량도 크게 줄였다. 대규모 지상전 가능성이 줄었다는 판단에서였다. 대신 전투기와 함정 구입 예산을 늘렸다.

유럽국들은 대규모 탄약고도 줄이고 생산 능력도 줄였다. 탄약 대량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확보도 중단했다. 이 때문에 현재 화학제품과 전자제품, 인력 모두가 부족해진 상태다.

오슬로평화연구소의 니콜라스 마르쉬 선임 연구원은 “과거 무기공장은 수천 명의 근로자들이 모여 대량생산하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지금은 경주용 자동차를 만드는 것과 비슷하게 이뤄지고 있다. 첨단 기술-소량 생산 방식이다. 대량 생산을 중단한 무기 생산을 확대하는 데 몇 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도 유럽과 상황이 다르지 않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장기 전쟁을 치렀지만 주로 반군들과 가벼운 전투였다. 예컨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은 하루 수백 발의 포탄을 발사했으나 우크라이나군은 하루 수천 발을 발사하고 있다.

한국의 상황은 크게 다르다. 20세기 최대 재래식 전쟁이던 6.25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다. 남북한은 유사시에 대비해 무기 생산을 지속해왔다.

북한의 재래식 무기 생산에 뒤처지던 한국은 1980년대 무기 개발에 적극 나서면서 생산량을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미 스팀슨센터 재래무기프로그램 분석가 엘리아스 유시프는 “안보환경이 급격히 변한 서방국들과 달리 한국은 안보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강력한 군수산업 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고 설명했다.

◆유럽의 새로운 전쟁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당시 우크라이나가 대적할 능력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현재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전을 시작하면서 대규모 소모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생산 능력을 훨씬 넘는 탄약을 사용해왔다. 러시아는 부족한 무기를 확보하기 위해 북한에 손을 벌리고 우크라이나는 서방에 곡사포와 장거리 로켓 지원을 거듭 요청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155mm 곡사포탄이다. 한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재고가 부족해진 미국에 수십만 발을 공급했다.

미국은 155mm 포탄을 1940년대 처음 생산하기 시작해 2차 세계대전, 6.25 전쟁, 베트남 전쟁에서 사용해왔다. 긴 시간이 흐르면서 포탄의 사거리와 정확도가 크게 높아졌다. K-9 자주포는 전차처럼 무거운 장갑을 장착하고도 시속 60km로 질주한다.

미국과 유럽이 우크라이나에 곡사포를 지원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의 화력이 크게 강화됐다. 우크라이나에 지원된 자주포들은 견인식 곡사포보다 포신이 길어 사거리가 길고 발사 간격도 훨씬 짧다.

K-9 자주포는 독일 판체르하우비체(PzH) 2000 자주포 만큼 성능이 뛰어나지 않다. 그러나 폴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등은 자국 보유 자주포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뒤 대체용으로 가격이 독일제의 절반 정도이고 납기가 몇 년이 아니라 몇 개월인 K-9을 선택했다.

◆소모전 대비


한국은 수십 년 동안 대포 생산에 투자해왔다. 유사시 북한의 군사 자원과 병력에 맞서기 위해서다.

1980년대까지 북한은 한국보다 대포가 5000문 가량 많았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한화, 삼성정밀을 군수업체로 지정했다. 삼성정밀이 한화그룹에 넘어가 현재의 한화 에어로스페이스가 됐다.

장거리 무기가 필요한 한국군의 요청에 따라 한화 에어로스페이스가 정부의 지원을 받아가며 1989년 K-9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10년 뒤 서해에서 남북한 사이에 충돌이 벌어지면서 연평도에 배치됐다. 당시 K-9은 사거리가 40km였다.

한화는 전 세계 시장을 상대로 한 무기도 개발했다. 한화 오션은 탄도 미사일 발사가 가능한 3000t급 공격 잠수함을 생산하며 캐나다 구형 잠수함 12척 교체 수요를 겨냥하고 있다.

한화 그룹은 한국이 이스라엘, 튀르키예와 함께 주요 무기 수출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 해왔다. 한국에 비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 갈등 때문에 무기 수출이 원활하지 못하고 튀르키예는 아직 주요 수출국으로 부상하지 못한 상태다.

한국의 무기 수출은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이 2.4% 수준으로 중국, 러시아, 프랑스, 독일 등과 함께 전차와 대포 10대 수출국이다.

지난해 폴란드는 미국으로부터 500대의 M-142 고기동다연장로켓(HIMARS)을 구매하려 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한화가 생산하는 천무 로켓 288대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의 납기가 지연되는데 따른 결정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기술 이전과 수입국 생산 공장 건설을 지원하는데 경쟁 국가들보다 적극적이다. 루마니아와 영국도 한화의 K-9 자주포를 구매할 계획이며 한화는 폴란드에 생산 공장을 건설해 유럽국 수출량을 늘릴 계획이다. 지난 7월 호주는 레드백 보병전투차량 129대를 생산하는 협력사로 독일 라인메탈사 대신 한화를 선정했다.

안보 위협이 한국으로 하여금 중동 및 유럽국들에 대한 대규모 방산 수출국으로 만들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시몬 베제만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앞으로 몇 년 안에 5위 무기 수출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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