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한 음료와 달라도 “괜찮아요”…치매 노인이 서빙하는 日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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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9월 20일 09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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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서부 교외 지역 센가와에 있는 카페 ‘오렌지 데이 센가와’에서 치매 노인이 직원으로 일하는 모습. 오렌지 데이 센가와 트위터
일본 도쿄 서부 교외 지역 센가와에 있는 카페 ‘오렌지 데이 센가와’에서 치매 노인이 직원으로 일하는 모습. 오렌지 데이 센가와 트위터
초고령 사회인 일본에서 치매 노인이 일하는 카페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일본 도쿄 서부 교외 지역 센가와에 있는 카페 ‘오렌지 데이 센가와’가 한 달에 한 번 ‘느린 카페’로 변한다고 보도했다.

일일 직원으로 나선 치매 노인들은 손님이 들어오면 “이랏샤이마세(어서오세요)”라고 외치며 환영하지만, 주문이 시작되면 조금 버벅대는 모습이다.

직원들은 주문서를 잊어버리거나 테이블에 메뉴를 잘못 전달하기 일쑤다. 손님이 주문한 물 한 잔을 마시기 위해선 16분을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

손님들은 치매 노인들이 서빙하는 날이라는 것을 알기에 누구도 불평하지 않고 “괜찮다”며 웃어 보인다.

이 카페를 운영하던 전 주인이 치매에 걸린 자신의 부모에게 한 달에 한 번 카페 일을 맡긴 것이 시작이었다. 현재 카페를 운영하는 새 주인은 센가와 당국과 손잡고 지역 내 치매 노인을 꾸준히 연계 받고 있다.

일본 도쿄 서부 교외 지역 센가와에 있는 카페 ‘오렌지 데이 센가와’에서 치매 노인이 직원으로 일하는 모습. 오렌지 데이 센가와 트위터
일본 도쿄 서부 교외 지역 센가와에 있는 카페 ‘오렌지 데이 센가와’에서 치매 노인이 직원으로 일하는 모습. 오렌지 데이 센가와 트위터
일일 서빙에 나선 모리타 토시오 씨(85)는 “이곳이 즐겁다. 여기 있는 것만으로도 다시 젊어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보험 판매원과 지역 협회 회장 등으로 일해온 모리타 씨는 2년 전부터 치매 증상을 보였다. 계속 일을 하고 싶었지만 일자리를 찾을 수 없었던 그는 이곳에서 일하며 손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치매를 앓던 가족을 떠나보낸 손님들이 오기도 한다. 16세 딸과 카페를 방문한 아리카와 토모미 씨(48)는 “아버지와 함께했던 순간이 떠올라 눈물 날뻔했다”고 말했다. 그의 아버지는 4년간 치매를 앓다가 올해 초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일본은 2006년 인구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치매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현재 일본 인구는 약 1억2329만 명인데 후생노동성은 국민 600만 명 이상이 치매를 앓고 있다고 추정했다. 2025년에는 그 수가 73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치매 환자가 고립되지 않고 정신적·육체적 활동을 활발히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치매 카페 등이 등장했다.

카페 운영을 돕는 이와타 유이 씨는 “많은 (치매) 노인이 요양원이나 병원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다”며 “대중이 (치매에 대해) 더 잘 이해하면 이들이 외출하기도 더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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