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테흐스 사무총장 “유엔만 안변해”… ‘식물기구’ 전락 안보리 개편 목소리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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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안보리 이사국 확대 필요”
상임이사국 희망 日-브라질도 동조
국가별 이해관계 달라 현실화 난망

“세상은 변했지만 유엔은 변하지 않았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사진)은 78차 유엔 총회 정상급 연설이 시작된 19일 첫 번째 주자로 단상에 서 “유엔을 새롭게 해야 할 때가 됐다”며 개혁을 촉구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거듭된 반대로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어 유엔이 제재한 북한과의 무기 거래에 나선 러시아를 제어하지 못하는 현실을 비판한 것이다.

미국은 이번 유엔 총회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일본, 독일, 인도 등 주요 동맹국을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추가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본격화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회의장에 더 많은 목소리와 관점을 초대해야 한다”며 안보리 상임이사국과 비상임이사국을 모두 늘리는 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브라질, 독일, 인도, 일본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리는 4개국인 ‘G4’도 바이든 주장에 힘을 실었다. 실제로 상임이사국이 늘어날 경우 가장 유력한 후보국들이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같은 날 중-러를 겨냥해 “안보리 거부권 행사를 억제하는 체계에 대처해야 안보리 강화 및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상임이사국 만장일치제를 채택하면서 안보리가 ‘식물 기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한 서방 외교관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러시아는 자격도 없는 음모론자들을 초청해 안보리 토론의 수준을 서커스로 전락시킨다”고 개탄할 정도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또한 “안보리의 마비가 (역설적으로) 개혁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방증한다”고 호응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안보리에서 “아프리카와 아시아, 라틴아메리카의 대표성이 커져야 한다”면서 제3지대를 공략했다. 안보리를 확대 개편하려면 193개 회원국 가운데 3분의 2(128개국)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한다.

다만 국가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달라 실제 개혁이 성사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중국은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입을 반기지 않고, 파키스탄 또한 국경 분쟁 중인 인도의 진입을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이탈리아, 스페인, 캐나다, 멕시코 등은 “인도, 브라질 등은 가능한데 우리는 왜 안 되느냐”는 분위기가 강하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매슈 크로닉 이사는 “오래된 기관을 개혁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주요 7개국(G7), 20개국(G20) 체계가 만들어진 것도 새 시스템을 만드는 게 훨씬 더 쉽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유엔#식물기구 전락#안보리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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