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소련 화약고’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또 긴장 고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21일 03시 00분


아제르바이잔, 분쟁지역 포격에
아르메니아 “전면적 공격” 반발
러, 중재로 일단 휴전… 불씨 남아

유럽과 중앙아시아를 연결하는 코카서스 지역 앙숙인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이 무력 충돌하며 긴장이 고조됐다. 러시아의 중재로 휴전에 합의해 사태가 수습되는 분위기지만 아제르바이잔 내 영토 분쟁 지역을 둘러싼 양국 간 불씨는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19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아제르바이잔 국방부는 이날 ‘대(對)테러 작전’을 전개해 나고르노카라바흐 자치군(軍) 진지를 포격했다고 밝혔다.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 당국은 포격으로 “27명이 숨지고 200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AP통신은 20일 나고르노카라바흐 아르메니아 자치 세력이 러시아 중재에 따라 휴전 협정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나고르노카라바흐 주민에 대한 아제르바이잔의 전면 공격”이라고 반발한 아르메니아 정부 니콜 파시냔 총리가 “휴전 협정 작성에 아르메니아는 참여하지 않았다”며 사실상 반발해 향후 무력 충돌 가능성은 상존해 있다.

기독교도가 대다수인 아르메니아와 무슬림 국가 아제르바이잔은 소련 시절부터 인구 약 12만 명 대부분이 아르메니아인인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

1988∼1994년 1차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을 치른 이후에도 아르메니아 정부 지원을 받는 자치군이 활동하며 무력 충돌이 이어졌다. 2020년 6월 2차 전쟁으로 양국에서 수천 명이 숨졌다. 당시 러시아가 평화유지군을 파견해 정전에 합의했지만 갈등은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아제르바이잔은 무기 밀반입을 이유로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아르메니아로 이어지는 유일한 육로인 ‘라츤 회랑’을 봉쇄했다. 이 때문에 식량과 의약품 공급까지 끊어져 나고르노카라바흐 주민들은 기아에 직면했고 환자들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했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사이 다시 사상자가 나온 무력 충돌까지 번진 것이다.

특히 러시아의 방관적 태도에 실망한 ‘200년 우방’ 아르메니아가 최근 미국과 연합 군사훈련을 벌이는 등 미국에 밀착하는 움직임을 보여 나고르노카라바흐 사태가 미-러 갈등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9일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통화해 나고르노카라바흐 군사작전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며 “양측이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옛소련 화약고#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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