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0여 년을 함께한 아내를 떠나보내고 우울증에 시달렸던 배기만 씨(91·경기 양주시)는 최근 지하철로 수도권 곳곳을 누비며 삶의 활력을 되찾았다. 지하철을 타고 가만히 앉아있기만 해도 무력한 기분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지하철 주요 노선을 꿰고 있다는 배 씨는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지하철 요금을 내야 했다면 이렇게 자주 이용하진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NYT는 23일(현지 시간) ‘한국의 시니어 전철 이용객에겐 여정 자체가 즐거움이다(For South Korea’s Senior Subway Riders, the Joy Is in the Journey)’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의 65세 이상 지하철 무임승차 정책을 소개했다. 노인들이 지하철을 교통수단이 아니라 여행 자체로 대하고 있다며 이들을 가리키는 신조어 ‘지공거사(地空居士·지하철 공짜로 타는 노인)’도 전했다.
이들끼리 공유하는 일종의 규칙도 소개했다. 혼잡한 출퇴근 시간대를 피하고, 자리 양보에 대한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가급적 젊은층 앞에는 서 있지 않는다는 것이다.
NYT는 “노인 인구 증가로 무임승차 대상이 현재 연간 서울 지하철 이용객의 15%를 차지한다”고 했다. 다만 지하철 적자가 늘어나면서 이 제도를 없애거나 기준 연령을 올리자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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