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기업에 자국산 반도체 구입 약속 설득”… 공급 과잉 우려에 ‘바이 아메리카’ 강화 움직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27일 03시 00분


블룸버그 “우호국과 반도체 분업도”
업계 “조건 몰라 파장 예측 어려워”

미국 상무부가 주요 기업에 미국에서 생산되는 반도체를 일정 비율 이상 구입하겠다는 약속을 공개적으로 하도록 설득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반도체법 통과로 미국 내 반도체 투자가 급증해 공급 과잉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자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상무부는 미국 반도체 수요 창출을 위해 주요 반도체 구매자들이 일정 비율 이상 구입하겠다고 공개 약속하도록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반도체법에 따라 상무부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500여 개 기업이 보조금 지급 요건을 맞추기 위해 과잉생산할 경우 반도체 공급망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상무부는 전자, 자동차같이 반도체 수요가 많은 기업들과 미국산(産) 구매 계획을 협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애플은 내년부터 미국산 반도체를 구매하겠다고 밝혔지만 구매량은 밝히지 않았다. 미 연방정부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에 미국산 제품을 일정 비율 이상 구입하도록 하는 ‘바이 아메리카’ 규정을 반도체 분야까지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소식통은 또 “미국은 반도체 공급망 동맹에 참여하는 우호국들과 반도체 보조금 경쟁을 피하기 위해 전문 분야를 나누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한국을 비롯한 반도체 공급망 협력국들과 반도체 종류나 공정에 따른 분업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TSMC, 마이크론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현재 미국에 짓고 있는 신규 생산시설에서 양산을 본격화할 때 구체적인 영향이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까지 주요 반도체 제조 시설은 한국, 중국, 대만, 일본 등 아시아에 집중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구매 대상이나 범위, 비율 등 구체적인 조건이 알려지지 않아 파장이 어느 정도일지 예측하기가 어렵다”면서 “다만 정책 방향이 제조 기반 확충에 그치지 않고 소비 시장까지 바라보는 만큼 미 정부가 칩스법을 통해 자국 반도체 생태계를 확고히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자국산 반도체 구입#공급 과잉#바이 아메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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