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중앙아시아를 잇는 코카서스 지역 내 앙숙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의 최근 유혈 충돌 이후 핵심 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 내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이 필사적으로 탈출하고 있다. 아제르바이잔이 이 지역을 장악하자 ‘인종 청소’를 우려한 데 따른 것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아르메니아 정부는 25일 나고르노카라바흐 일대 주민 최소 6650여 명이 아르메니아로 들어왔다고 밝혔다. 나고르노카라바흐 아르메니아 자치정부 지도부는 “이 지역 아르메니아계 주민의 99%가 입국을 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구 12만 명인 나고르노카라바흐는 주민 대부분이 소련 시절부터 거주해 온 아르메니아인이다. 하지만 이 지역은 1991년 소련 붕괴 후 독립한 아제르바이잔에 속하게 됐고, 아르메니아인들이 자치정부를 구성해 독립을 선언하면서 두 나라의 화약고가 됐다. 종교도 아르메니아는 기독교, 아제르바이잔은 이슬람으로 서로 다르다.
양국은 러시아의 중재로 아슬아슬하게 세력 균형을 유지해 왔지만 아제르바이잔이 19일 지뢰 폭발로 자국 민간인이 사망했다며 공격을 가했고, 20일 자치군 세력으로부터 항복을 받아낸 뒤 이 지역을 장악했다. 주민들은 이 상태로 휴전협정이 이뤄지자 살아갈 방도가 없다고 보고 대탈출을 시작했다. 한 주민은 “아무도 돌아가지 않는다. 나고르노카라바흐는 이제 영원히 끝났다”고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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