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리오프닝’ 경기반등 효과 미미
집값 하락-가계부채 증가 등 겹쳐
“동아시아 등 성장세 약해질 것”
부동산발 경제 위기로 중국의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세계은행(WB)이 중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0.4%포인트 낮은 4.4%로 하향 조정했다. 세계은행은 중국 경제의 영향을 받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성장률 역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은행은 2일(현지 시간) 발표한 ‘동아시아 및 태평양 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중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올 4월 발표한 4.8%보다 0.4%포인트 낮춘 4.4%로 전망했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에 따른 경기 반등 효과가 기대에 미달한 데다 집값 하락, 가계부채 증가, 민간투자 부진, 고령화 등 여러 악조건이 겹쳐 성장률이 더욱 낮아질 것이라는 게 WB의 분석이다.
아디티아 마투 세계은행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팬데믹 기간에 엄격한 통제 정책을 실시한 영향으로 경제 회복이 예상보다 더 길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은행은 다만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4월 발표 당시와 같은 5.1%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발 악재로 내년에 동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성장세가 약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졌다. 세계은행은 이날 보고서에서 ‘동아시아 및 태평양(EAP)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5.1%에서 5.0%로, 내년도 4.8%에서 4.5%로 하향 조정했다. 세계은행은 중국 경제가 1% 쪼그라들 때마다 동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3%포인트씩 하락한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 지역 성장률 전망치는 팬데믹, 아시아 외환위기, 오일쇼크 등 경제 위기가 있었던 시기를 제외하고 1960년대 후반 이후 50여 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와 함께 세계은행은 중국 태국 베트남 등에서 정부, 기업 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세계은행은 동아시아 지역의 성장률이 낮아지는 배경에는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도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견제와 자국 제조업 부흥을 위해 지난해부터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CHIPS Act) 등을 시행하면서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등의 전자제품 및 기계 분야 대미(對美) 수출이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WB는 대만 베트남 등의 경우 수년째 이어진 미중 갈등과 이에 따른 관세 전쟁의 결과로 대체 투자처로서의 수혜를 톡톡히 누려 왔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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