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권력서열 3위 하원의장 사상 첫 해임…매카시 해임안 가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4일 06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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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강경파 8명 반기에 해임된 매카시
의회 파행 장기화 시 연방정부 셧다운 위기 재점화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뉴시스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뉴시스
미국 하원이 3일(현지시간)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에 대한 해임 결의안을 가결했다. 미국 권력승계서열 3위인 하원의장이 해임된 것은 미국 역사상 처음이다. 미 의회의 파행이 불가피해지면서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현안을 둘러싼 혼란도 가중될 전망이다.

미 하원은 이날 매카시 의장에 대한 해임 결의안을 찬성 216 대 반대 210으로 통과시켰다. 이번 표결은 공화당 강경파인 맷 게이츠 하원의원이 매카시 의장이 연방정부 셧다운을 피하기 위한 임시예산안을 통과시킨 데 반발해 의장 해임 결의안을 제출한 데 따른 것. 이날 표결에선 민주당 의원 208명과 함께 게이츠 의원 등 공화당 의원 8명이 해임에 찬성표를 던졌다. 민주당이 당론에 따라 해임 찬성을 예고한 가운데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쥔 소수의 강경파 공화당 의원들이 같은 당 소속 의장을 축출한 셈이다.

이에 따라 올해 1월 하원의장에 선출된 매카시 의장은 269일 만에 의장직에서 전격 해임됐다. 미 하원에서 의장 해임된 것은 처음이다. 미 하원에서 마지막으로 의장 해임결의안 표결이 이뤄진 것은 조 캐넌 전 의장이 재임하던 1910년으로 당시 결의안은 부결됐다.

매카시 의장 해임으로 미 정치권의 혼란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미 하원은 일단 공화당 소속 패트릭 맥헨리 하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주)을 임시 의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신임 의장이 선출될 때까지 법안 표결 ‘올스톱’되는 등 미 의회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매카시 의장 역시 공화당 강경파의 반대로 15번의 표결을 거친 뒤에야 의장에 선출된 바 있다.

의회 파행이 장기화하면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미국 정치권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미 상·하원은 지난달 30일 45일짜리 임시예산안을 처리하면서 연방정부 셧다운을 일시적으로 미뤘지만, 전례 없는 하원의장 해임으로 공화당 강경파들의 반란이 성공한 만큼 민주당과 공화당이 본예산 협상에서 합의할 가능성이 더욱 낮아졌다는 지적이다. 매카시 의장 해임을 주도한 게이츠 의원 등은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예산 전액 삭감 등 내년도 예산의 대폭 감축을 주장하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내분도 가속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표결 직후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강경파 의원들을 향해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고함을 지르며 항의했다. 마이크 펜스 전 “카오스(혼돈)은 결코 안된다”며 해임된 매카시를 신임 하원의장으로 재선출할 것을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투표 중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왜 항상 공화당은 민주당이 아니라 자기들끼리 싸우는가”라고 해임 투표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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