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멕시코와 맞닿은 텍사스주(州) 남부 국경에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한 장벽 건설을 허용하고자 연방법 26개 적용을 면제하겠다고 4일(현지 시간) 밝혔다. 그간 바이든 행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진행된 장벽 건설을 중단시켜왔는데 이를 뒤집는 행보다. 중남미 출신 이민자들이 몰려들면서 주요 도시들이 골머리를 앓고 내년 미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이면서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이다.
AP통신에 따르면 미 국토안보부(DHS)는 이날 “텍사스주 스타 카운티 국경 부근에 장벽과 도로를 신속하게 건설하기 위해 특정 법률, 규정, 기타 법적 요구 사항을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스타 카운티는 미국 정부의 이번 회계연도동안에만 24만5000명의 불법 이민자가 발생한 지역이다.
DHS가 적용을 면제한 법에는 청정대기법, 식수안전법, 멸종위기종법 등이 있다. 스타 카운티에는 리오그란데강의 국립 야생동물 보호구역 일부가 포함된다. 이에 해당 법 적용을 면제해 법령 검토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고 환경법 위반에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을 피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DHS 장관은 “현재 미국 국경 인근에 물리적 장벽과 도로를 건설해 미국으로 불법 진입하는 것을 막아야 하는 절박하고 즉각적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AP통신은 “DHS의 이번 결정은 2021년 1월 장벽 건설이 해결책이 아니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자세와 대조된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1년 취임 직후부터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장벽 건설을 중단시킨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내년 대선 쟁점으로 이민자 문제가 떠오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민주당 텃밭인 뉴욕시에는 지난해 11만6000명의 이민자가 몰려들며 시민 불만이 증폭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뉴욕시는 몰려드는 이민자에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지게 됐으며, 에릭 아담스 뉴욕시장은 지난달 시의 모든 기관들에 비용 감축을 위한 계획을 제출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이민자 임시숙소 예정지로 정해진 맨해튼대 기숙사 앞에서는 이민 찬반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DHS의 발표에 환경운동가들은 반대에 나섰다. 생물다양성센터의 라이켄 조달 씨는 “장벽 건설은 야생동물의 이동을 멈추게 할 것이며, 야생동물 보호지역을 파괴할 것이다”고 AP통신에 전했다. 헨리 쿠엘라 하원의원(민주·텍사스)도 “장벽은 21세기 문제에 대한 14세기 해결책이다”며 “비효율적인 장벽에 납세자들의 돈을 낭비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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