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프리덤코커스 의장 출신 조던
대선 불복 주장한 스컬리스 출사표
공화內 다수인 중도파 지지가 관건
“트럼프 의장으로 내세워야” 주장엔… 트럼프 “나의 초점은 대선” 선 그어
미국 역사상 초유의 하원의장 해임 사태로 정국이 혼돈에 빠진 가운데 차기 의장 후보로 친(親)트럼프 인사들이 부상하고 있다. ‘극우 대 극우’ 대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공화당의 강성 드라이브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인에도 그를 후보로 거론하는 목소리도 있어 미 의회의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 차기 의장 후보들 모두 ‘친트럼프’
4일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공석이 된 차기 하원의장에 짐 조던 법사위원장(59)과 공화당 서열 2위인 스티브 스컬리스 원내대표(58)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던 의원은 동료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국 국민에 대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공화당이 함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조던 위원장은 이번 해임 사태를 주도한 공화당 강경파 의원모임 ‘프리덤코커스’ 의장을 지낸 대표적 강성 인물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아들 헌터 관련 의혹을 파헤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고, 바이든 대통령의 하원 탄핵 조사도 추진했다. 이민, 낙태, 외교 등 이념 갈등이 첨예한 사안에서 극우적 태도를 보여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조던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동맹 관계에 있어 많은 보수 인사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스컬리스 원내대표 역시 2020년 대선 불복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친트럼프 인사다. 감세와 총기 소유를 옹호하며 과거 백인우월주의 단체 ‘큐 클럭스 클랜(KKK)’에서 연설하기도 했다. 그는 2017년 미 의회 야구팀과의 연습 도중 반(反)트럼프주의자인 제임스 호지킨슨이 쏜 총에 맞았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접 병문안을 갔다. WP는 “많은 공화당원들이 스컬리스 원내대표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성실한 당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프리덤코커스의 지지를 받으려면 고군분투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 해임 사태를 주도한 맷 게이츠 의원은 NBC방송에서 “스컬리스나 조던이 이끄는 하원이 매카시 때보다 더 나을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이 밖에 공화당 내 최대 분파인 ‘공화당 연구위원회’를 이끄는 케빈 헌 의원(62) 등도 거론된다.
● 트럼프 “내 초점은 대선, 의장 선출 도울 것”
11일 치러지는 선거에서 하원의장에 선출되려면 과반인 217표를 얻어야 한다. 공화당 221석, 민주당 212석으로 의석수 격차가 9석에 불과한 만큼 공화당 강경파의 지지가 필수적이다. 앞서 매카시 전 의장은 15차례의 투표를 거쳤고 막판에 강경파의 지지를 끌어내 가까스로 선출됐다.
다만 현재 유력 후보들이 모두 강성파여서 공화당 내 다수인 중도 보수파의 지지를 얻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마커스 몰리네어로 의원은 “단순히 의장 자리에 앉는 것이 아닌 내년 대선을 이끌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까운 강경파인 칩 로이 의원도 WP에 “모든 사람을 하나로 모아 승리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을 하원의장 후보로 내세우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미 헌법에 하원의장을 ‘하원 원내 인사’로 제한한 규정은 없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나의 초점은 그것(대선)에 전적으로 맞춰져 있다”면서 “그(하원의장 선출) 과정에 내가 도울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공화당에서는 의장 직무를 잘 수행할 훌륭한 사람들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이번 해임 사태를 촉발시킨 게이츠 의원은 11일 트럼프 전 대통령 유세에 합류해 연설할 예정이다. 공화당 원로들은 물론 당내 대선주자 대부분이 게이츠 의원을 비판하는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을 등에 업고 돌파구 마련에 나선 것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게이츠 의원의 행동은 2026년 플로리다 주지사 선거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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