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서 1년 만의 대면회담 추진
재선 도전 바이든-경기침체 시진핑
리더십 회복 위해 갈등완화 모색
北러 무기거래-우크라전도 다룰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 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대면 회담을 하기 위해 미중 당국이 실무 준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 당국자는 5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미중) 정상회담 성사가 확실시된다. 회담을 계획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중국 의전팀이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사전 준비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다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블룸버그통신에 “회담이 열리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회담 성사 여부는 이달 말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의 방미 협의를 거쳐 확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시 주석과 두 번째 대면 회담이 된다.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난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북핵, 대만 문제 등을 두고 팽팽하게 맞섰지만 양측이 넘지 말아야 할 ‘레드라인(한계선)’에 대한 인식을 교환하고 미중 협력 재개를 위한 실무협의체 복원에 합의한 바 있다.
두 정상에게 이번 회담은 국내 정치적 리더십 회복을 위해서도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 정체로, 시 주석은 3기 출범 후 경기 침체와 측근들의 잇단 낙마로 위기에 놓여 있다. 이번 회담에서 미국은 군사 분야 협력 재개를, 중국은 반도체 수출 통제 등 대중 견제 완화를 핵심 의제로 내걸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추가 반도체 수출 규제를 곧 발표할 전망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이 전날 홈페이지에 ‘반도체 제조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 법인 목록 수정’이라는 문서 제목을 올리며 조만간 발표를 예고했다는 것. 백악관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 방안도 함께 발표할 예정이며, 규제 강화 방안에 대해 중국 측에 사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내년 1월 치러지는 대만 총통선거를 앞두고 열리는 정상회담인 만큼 대만 해협의 안정과 남중국해 분쟁, 북-러 무기 거래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의제로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북-러 무기 거래 등에 따른 유엔 대북제재 위반에 대해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을 촉구해왔다.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WP에 “두 정상 모두 국내 이슈에 방해가 될 수 있는 국제적 위기를 피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누구도 실질적 양보를 할 마음이 없는 만큼 긴장 완화 효과는 일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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