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집권 민주당의 대중국 강경파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가 이끄는 미 의회 대표단이 7일 중국 경제수도 상하이에 도착했다. 미 의회 대표단의 중국 방문은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 달 미 캘리포니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양자회담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미 의회 지도부까지 중국을 찾아 양국 갈등의 관리 국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측의 입장 차이 또한 여전했다. 슈머 대표는 7일 천지닝(陳吉寧) 상하이 당서기와 만나 “미국 기업도 중국에서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압박했다. 미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에 대한 중국의 규제, 중국을 비판하는 외국인에 대한 강도 높은 탄압을 가능케 한 반(反)간첩법 시행 등에 대한 우려를 정면으로 제기한 것이다.
그러자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지역의 분열을 조장하고 평화를 파괴하는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슈머 대표 등은 이번 방중 기간 시 주석을 만나기를 희망하고 있으나 성사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 美 행정부 인사 이어 의회 실세 방중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슈머 대표는 천 서기와 만난 자리에서 “많은 미국인들은 중국이 미 기업을 공정하게 대우하지 않는다고 느낀다. 미 기업도 중국에서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상호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중국과) 경쟁할 준비가 돼 있지만 갈등을 추구하지 않으며, 평등한 경기장을 만들기 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천 서기는 “양국 관계가 건강하고 안정적이면 전 세계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상하이에만 5640개의 미국 기업이 있다. 양국 무역의 촉진을 논의할 기회를 갖게 돼 기쁘다”고 덧붙였다.
슈머 대표는 미 의회의 대표적인 대중 강경파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중국 견제를 위해 추진한 반도체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의 입법을 주도했다. 그는 이번에 같은 당의 존 오소프, 매기 해선 상원의원은 물론 야당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크레이포, 빌 캐시디, 존 케네디 상원의원까지 이끌고 상하이를 찾았다.
미국은 올 6월 이후 최근까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존 켈리 기후변화 특사,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등 행정부 고위 인사를 잇달아 중국으로 보냈다. 여기에 ‘의회 실세’ 슈머 대표까지 초당적으로 의원단을 이끌고 중국을 찾아 양국 갈등을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미 의회 대표단은 방중 일정을 마친 후 한국과 일본도 찾는다.
● 中 관영지, 美-필리핀 모두 비판
중국은 갈등 관리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미국에 대한 견제 의지를 드러냈다. 신화통신은 8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비판하며 “미국이 지역 국가들에 미국과 중국 중 한쪽을 선택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은 특정 국가(미국)의 패권이 아니라 지역의 공동이익에 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필리핀이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지인 남중국해에서 2일부터 미국, 일본 등과 연합 군사훈련을 벌이고 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이 매체는 “필리핀과 역외 국가가 남중국해에 해군을 파견한다면 중국도 인민해방군을 파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일본의 초당파 의원모임 ‘일화(日華) 의원간담회’ 소속 의원 40여 명이 7∼10일 대만을 방문하는 것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 의원들은 대만 건국기념일인 10일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만나 양국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중국을 자극할 만한 발언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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