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新중동전쟁 위기]
美 vs 이란 대리전으로 확전 우려
하마스 “아랍권 형제국 동참 기대”… 美 “모든 적절한 수단 제공할 준비”
대선 앞둔 바이든 ‘중동 데탕트’ 위기… 대외정책서 한반도 사안 밀릴 수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7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에 전방위 공격을 감행한 가운데 8일에는 레바논의 무장단체 헤즈볼라 또한 이스라엘에 박격포를 발사했다. 하마스와 헤즈볼라는 모두 시아파 종주국 이란의 지원을 받는 단체다. 이란, 하마스, 헤즈볼라는 모두 내년 11월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외교 치적을 위해 추진해 온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에 격렬히 반발해 왔다. 그런 만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이 이란 대 미국 및 서방국 간 대리전 양상으로 중동 전체로 확전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아울러 미국은 지난해 2월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동 분쟁이라는 또 다른 전선까지 맞닥뜨리게 됐다. 미국의 대외 정책에서 북핵 대응 등 한반도 사안이 후순위로 밀릴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 바이든 ‘중동 데탕트’ 최대 위기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며 동시에 사우디의 ‘앙숙’ 이란에는 미국과의 핵합의를 서둘러 복원하라고 압박해 왔다. 이 같은 ‘중동 데탕트(긴장 완화)’ 정책을 통해 최근 중동에서 부쩍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을 제어하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하지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란의 배후설 등으로 이 구상은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이스마일 하니야 하마스 최고지도자는 7일 공격 직후 TV 연설에서 “아랍권 형제국의 동참을 기대한다”고 했다. 이에 화답하듯 헤즈볼라는 8일 이스라엘 북부 골란고원과 맞닿은 레바논 남부의 이스라엘 점령지 셰바농장 일대에 박격포탄을 발사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고문인 라힘 사파비 혁명수비대 장군 역시 7일 “팔레스타인이 해방될 때까지 이란은 팔레스타인 전사들의 편에 설 것”이라고 하마스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위해 모든 적절한 수단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지만 미 내부 상황은 녹록지 않다. 야당 공화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약한 지도자(바이든) 탓에 미국이 약하고 비효율적이라고 여겨지고 있다”면서 미국이 최근 이란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을 계기로 한국에 동결됐던 이란산 원유 판매대금을 이란에 돌려준 것을 문제 삼았다. 이란이 이 돈을 하마스에 지원했으며, 하마스의 이번 이스라엘 공격에도 쓰였다는 논리다.
●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정상화 시도 타격
미국 중재로 추진되던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 정상화 자체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하마스의 기습 공격 배경에 대해 “이스라엘과 아랍 세계, 특히 관계 정상화의 대가로 미국과 방위 조약을 협상하고 있는 사우디와의 유대 관계가 커지는 것에 대한 대응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을 향한 아랍권 전반의 여론이 악화하면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또한 이스라엘과 거리를 둘 수밖에 없다.
서방 주요국과 아랍권의 시각 차이도 뚜렷하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하마스의 공격 직후 사우디, 튀르키예(터키), 카타르, 요르단 외교장관 등과 모두 통화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미국의 기대와 달리 이스라엘을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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