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북서부 헤라트주 일대에서 7일(현지 시간) 강진이 발생해 2000명 이상이 숨졌다. 수십 년째 거듭된 분쟁으로 국가 기반 시설이 낙후된 데다 2021년 미군 철수 및 수니파 무장단체 탈레반의 집권으로 국제 구호단체의 활동 또한 중단돼 구호 여건 또한 열악한 상태다. 여진 또한 계속되고 있어 사상자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지질조사국(USGS)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11분경 헤라트주에서 규모 6.3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후 규모 4.3∼6.3의 여진이 8차례 이어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물라 자난 사예크 아프간 재난부 대변인은 8일 “최소 2053명이 숨지고 9240명이 다쳤다. 가옥 1329채가 파괴됐다”고 밝혔다. 헤라트주 당국은 사망자의 상당수가 여성과 어린이였다고 공개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헤라트 지역 최소 12개 마을에서 가옥 600채 이상이 파손됐고 약 4200명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이번 지진이 아프간에서 발생한 20년 만의 대지진이라고 전했다. 진앙은 주도(州都) 헤라트에서 북서쪽으로 36km 지점이며 진원 깊이는 14km로 비교적 얕았다.
WHO에 따르면 헤라트주에는 공중보건 시설 202곳이 있는데 시설 대부분이 작고, 이 외딴 지역으로 물품을 들여오는 물류망에 차질이 생겨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헤라트주 보건부 관계자는 시신이 여러 병원에 분산돼 있어 사망자 수를 확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지 소셜미디어에는 헤라트 일대의 주요 병원 야외에 희생자들을 수용하기 위한 침대가 대거 놓여 있는 모습이 등장하고 있다. 수하일 샤힌 카타르 탈레반 정치국장은 “구호와 구조를 위해 식량, 식수, 의약품, 의복, 텐트가 시급히 필요하다”며 전 세계에 도움을 호소했다. 피해 지역 주민들은 지진으로 인해 공황 상태에 빠졌다고 전했다. 한 주민은 로이터통신에 “사람들이 집을 떠나고 우리 모두는 거리로 나와 있다”며 “여진 또한 여전하다”고 전했다.
이란 국경에서 동쪽으로 약 120km 떨어진 헤라트는 아프간 3대 도시이자 문화수도로 꼽힌다. 2019년 세계은행 기준 인구는 약 190만 명이다. 인구 밀집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인 데다 사회기반 시설 등도 워낙 노후화해 지진 발생 직후부터 큰 피해가 우려됐다.
아프간과 파키스탄 국경지대는 대륙판인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이 만나는 지역에 있어 힌두쿠시산맥을 중심으로 지진이 잦다. 지난해 6월에는 아프간 남동부 파키스탄 국경 인근 팍티카주에서 규모 5.9의 지진이 일어나 1000여 명이 숨졌다.
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꼽히는 아프간은 1979년 옛 소련의 침공 이후 내부 분쟁이 이어지면서 국민들이 인도주의적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2021년 미군 철수 이후 탈레반이 권력을 장악하자 미국과 동맹국들은 보유 중인 아프간 외환보유액 약 70억 달러(약 9조4400억 원)를 동결하고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
여성을 억압하는 탈레반에 반대해 국제 구호단체들은 지난해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탈레반 정권은 구호단체들의 여성 인력에게도 “일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인력과 자금 어려움 등이 커지자 국제적십자위원회는 올 8월 “자금 제약 탓에 아프간 병원 25곳에 대한 재정 지원을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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