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빅5 “이스라엘 지지” 밝혔지만… 美 무기지원, EU는 관망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11일 03시 00분


[중동전쟁]
우크라戰과 달리 서방대응 온도차
美 “군수품 신속 제공 위해 최선”
EU ‘팔 지원 중단’ 발표했다 철회… 유엔 안보리도 즉각적 조치 못해

“이스라엘 지지” 조명 밝힌 英-佛-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주요 서방 국가들이 각국 명소에 조명을 밝혀 이스라엘에 대한 연대를 나타냈다. 8일 총리 관저가 위치한 영국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건물에 이스라엘 국기가 투영되고 있다. 런던=AP 뉴시스
“이스라엘 지지” 조명 밝힌 英-佛-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주요 서방 국가들이 각국 명소에 조명을 밝혀 이스라엘에 대한 연대를 나타냈다. 8일 총리 관저가 위치한 영국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건물에 이스라엘 국기가 투영되고 있다. 런던=AP 뉴시스
팔레스타인 자치지구를 통치하는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이 촉발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중동전쟁에 서방 국가들이 미묘하게 이견을 보이며 엇갈리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빅5’ 국가는 이스라엘에 대한 원칙적 지지 의사를 밝혔지만 무기 지원을 두고는 미국과 유럽이 온도차를 나타냈다.

“이스라엘 지지” 조명 밝힌 英-佛-獨 9일 프랑스 파리 에펠탑은 이스라엘 국기 색인 파란색과 흰색 조명으로 물들어 있다. 파리=AP 뉴시스
“이스라엘 지지” 조명 밝힌 英-佛-獨 9일 프랑스 파리 에펠탑은 이스라엘 국기 색인 파란색과 흰색 조명으로 물들어 있다. 파리=AP 뉴시스
특히 유럽연합(EU)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대한 지원금을 즉시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돌연 이를 철회하는 등 분열하는 조짐도 일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 한목소리를 냈던 서방 진영이 이번 전쟁에는 제각각 목소리를 내는데 국제사회의 구심점이 돼야 할 유엔마저 즉각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 이스라엘 지원에 미-EU ‘온도차’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정상들은 9일(현지 시간) 전화 회의를 한 뒤 내놓은 공동성명에서 “하마스의 테러 행위에는 어떠한 정당성도 없으며 규탄 받아야 한다”며 “만행으로부터 자국과 국민을 보호하려는 이스라엘의 노력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스라엘 무기 지원 등을 두고 미국과 유럽은 온도차를 보였다. 미 국방부 당국자는 이날 “이스라엘에 대한 군수품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며 “미국 중부사령부를 포함해 이스라엘에 신속하게 제공될 수 있는 무기와 군수품 재고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날 성명을 내고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미국인이 최소 11명 사망했다”며 “나는 우리 팀에 이스라엘 당국자들과 인질 위기의 모든 면에 대응해서 협력하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하지만 미국과 달리 유럽은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주EU 이스라엘대사는 이날 “유럽의 지원을 희망한다”고 요청했다.

“이스라엘 지지” 조명 밝힌 英-佛-獨 7일 독일 베를린에 있는 브란덴부르크 문에도 이스라엘 국기 모양의 조명이 밝혀졌다. 베를린=AP 뉴시스
“이스라엘 지지” 조명 밝힌 英-佛-獨 7일 독일 베를린에 있는 브란덴부르크 문에도 이스라엘 국기 모양의 조명이 밝혀졌다. 베를린=AP 뉴시스
EU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대한 지원금 지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가 이를 철회하는 등 내부적으로 분열하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올리버 바르헬리 EU 위원은 9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대한 6억9100만 유로(약 9859억 원)의 지원금 지급 여부를 검토하며 모든 지급을 즉시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EU는 이날 늦은 밤 보도자료를 배포해 “지원의 조정 여부를 동등하게 검토할 것이고 인도적 지원은 계속된다”고 지급 중단 철회를 공식화했다. 프랑스 역시 10일 “팔레스타인 국민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주는 지원을 중단하는 데 찬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 “다극성의 새 시대… 美, 지배세력 아냐”
EU가 우크라이나 전쟁 때와 달리 이번 충돌을 두고 삐걱거리는 이유는 회원국 내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입장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팔레스타인 주민의 자치권 수호 운동에 대한 지지가 미국보다 유럽 국가에서 높은 편이라 각 정권에서 여론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영국 여론조사 기업 유고브가 올 7월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유럽인들이 팔레스타인을 옹호하는 경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방의 한 축인 EU가 분열되는 와중에 유엔도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9일 성명을 통해 “즉각 공격을 중단하고 인질을 석방하라”고 하마스에 촉구하면서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 발표에 깊은 고통을 느낀다”고 언급했다.

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공식 협의에서 참가국들은 가시적인 조치를 내놓지 못했다. 장준 주유엔 중국대사는 “민간인에 대한 모든 공격을 규탄한다”는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로버트 우드 주유엔 미국부대사는 회의 직후 “분명한 것은 모두가 하마스를 규탄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규탄을 안 한 게) 누군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며 러시아를 겨냥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전쟁에 대해 “다극성이란 새로운 질서로 전환되는 가운데 있다”며 “미국은 더 이상 예전처럼 지배적 세력이 아니다”라고 평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중동전쟁#서방 국가#지원#온도차#미국#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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