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에서 하룻밤 사이 약 1000 마리의 철새가 대형 유리 건물에 부딪쳐 집단 폐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10일(현지시간) AP통신 ABC뉴스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밤부터 5일 새벽 사이 시카고 미시간호변의 유명 무역전시관 ‘맥코믹플레이스’ 레이크사이드 센터 주변이 온통 철새 사체로 뒤덮였다.
죽은 새들은 대부분 명금류로, 마치 바닥에 카펫을 깔아놓은 것처럼 보일 만큼 사체가 많았다고 목격자들은 밝혔다.
이 새들은 밤에 미시간 호수를 따라 낮은 고도로 대규모 이동을 하다가 도시의 밝은 빛에 경로를 잃고 유리로 된 건물 벽에 부딪친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했다. 밤에 이동하는 명금류는 별빛과 달빛에 의존해 항해하는데, 건물에서 나오는 밝은 빛이 이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위스콘신대학 조류 전문가인 스탠 템플은 “몸집이 작은 명금류는 난기류와 포식자를 피해 주로 밤에 이동한다”며 “새들이 미시간호변을 따라 남쪽으로 날다가 조명이 켜진 건물의 ‘미로’ 속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이날 비로 인해 새들이 낮은 고도로 날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분석했다.
죽은 새들은 현재 자연사 박물관 ‘시카고 필드 뮤지엄’에 보관돼 있다. 필드 뮤지엄에서 조류 담당관이었던 윌라드 씨는 “40년 이상 이곳을 관찰했으나 이런 규모는 처음”이라고 했다. 필드 뮤지엄 요원들은 “지난 40년 동안 맥코믹플레이스 주변에서 발견된 조류 사체를 모두 합한 것보다 700마리나 더 많다”고 밝혔다.
필드 뮤지엄의 존 베이츠 조류 박물관장은 “정말 가슴이 아프다”며 “시카고 주민들은 철새가 이주하는 성수기에는 커튼을 내리거나 조명을 꺼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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