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물자·의약품 끊긴 인구 230만 가자지구…민간인 생존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12일 16시 18분


“붕괴 위기에 처한 가자지구가 중세 시대로 돌아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으로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 주민 230만 명이 극한의 생존 위기에 처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면 봉쇄 및 전력 차단으로 물자 공급이 완전히 끊긴 탓이다. 비상 발전기 사용마저 여의치 않은 일부 병원은 우물에 의존하며 간신히 버티고 있다.

전쟁 이전부터 이스라엘의 강력한 봉쇄 정책에 시달려 온 가자지구는 ‘세계 최대의 창살 없는 감옥’으로 불린다. 이로 인해 이미 주민 고통이 상당한 상태에서 전쟁으로 인한 물, 식량, 전기, 의약품 공급 부족까지 발생한 것이다.

12일(현지 시간) 미국 CNN 등에 따르면 현재 최소 60만 명의 가자지구 주민이 물을 이용할 수 없는 상태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또한 최소 25만 명의 난민을 위한 음식과 식수가 12일 분량밖에 남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난민 대다수가 유엔이 운영하는 학교에 대피하고 있으나 공습 위협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에 알자지라 방송은 11일 “가자지구는 중세 시대에 처했다. 붕괴 직전”이라고 평했다. 실제 전력이 차단되자 물자 주민들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린 생존자를 찾기 위해 희미한 휴대폰 불빛에 의존해 야간 수색을 벌이고 있다. 부상자를 치료 중인 병원들은 향후 2~4일 정도만 버틸 수 있는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관련자가 있는 곳만 공격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병원, 학교, 이슬람 사원 등 민간 시설에도 무차별적인 공습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적신월사는 팔레스타인 의료진 최소 4명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했다고 11일 밝혔다.

유엔, 유럽연합(EU),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적십자사, 적신월사 등은 모두 이스라엘의 전면 봉쇄가 국제법 위반 소지가 크다며 인도주의적 지원을 촉구했다. 테워드로스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11일 이스라엘에 “가자지구에 구호물자가 반입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스라엘을 전적으로 지원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마저 이스라엘 측에 “전쟁법을 준수하라”고 당부했다. 최소한의 구호물자 반입마저 허용하지 않으면 무고한 민간인 피해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이스라엘, 이집트, 유엔 등과 가자지구 민간인의 통행을 일부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특히 미국 여권을 소지한 사람에 한해 접경국인 이집트와 이스라엘이 통제하는 ‘라파 검문소’를 거쳐 가자지구로 가는 것을 허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번 전쟁 후 이 검문소는 폐쇄된 상태다.

다만 이 검문소가 개방돼도 이스라엘은 민간인 이동을 하루 최대 2000명 수준으로 제한할 뜻을 보이고 있다. 이집트 또한 가자지구 주민이 이집트로 대거 넘어오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하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가자지구 주민의 고통은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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