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빈 살만 회동 어겨… 다음날에야 만나
이집트 대통령은 블링컨 면전서
“이스라엘 자기방어 수준 넘어” 비판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사진)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 간 전쟁이 확전되지 않도록 중동 각국을 바쁘게 오가고 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등 주요국의 반응은 냉랭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링컨 장관은 15일(현지 시간)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난 뒤 “(회담이) 매우 생산적이었다”고 말했지만 워싱턴포스트(WP)가 전한 실상은 그와 달랐다. 당초 회담은 14일 밤으로 예정돼 있었지만 빈 살만 왕세자가 나타나지 않아 블링컨 장관이 몇 시간이나 기다려야 했고, 다음 날 아침에야 겨우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빈 살만 왕세자는 블링컨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물과 전기, 연료 공급을 차단한 것을 규탄하며 “무고한 생명들을 앗아간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일광 고려대 중동·이슬람센터 교수는 “이슬람 성지의 수호국을 자처하는 사우디로선 아랍인들의 여론을 의식해 팔레스타인을 지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블링컨 장관은 같은 날 방문한 이집트에서는 일종의 ‘훈계’를 들었다.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블링컨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이스라엘의 대응이 정당한 자기방어를 넘어 가자지구 주민들에 대한 ‘집단처벌’로 변질되고 있다”며 이스라엘의 지상전 계획을 비판했다.
또 블링컨 장관이 12일 이스라엘에서 한 연설에서 자신의 할아버지가 유대인 학살에서 도망쳤고, 부모가 나치 강제수용소에 갇혔다는 등 유대계 혈통을 언급하며 하마스에 대한 분노를 표한 것에 대해선 “당신은 (자신을) 유대인이라고 했는데, 난 유대인들을 이웃으로 두고 자란 이집트인”이라며 “이집트 유대인들은 억압을 받거나 표적이 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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