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 일리노이주(州) 남서부 교외 플레인필드 타운십에서 한 남성이 무슬림인 이웃 주민에 칼을 휘둘러 6세 소년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프리츠커 주지사가 성명을 발표하는 등 해당 범죄에 대한 공분이 확산하고 있다.
플레인필드에 거주하는 71세 남성 조셉 추바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이웃에 사는 6세 소년 와데아 알 파유메와 그의 어머니(32)에게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흉기를 휘둘러 소년은 숨지고 여성은 중상을 입었다. 그는 증오범죄로 기소됐다.
윌 카운티 보안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38분께 피해 여성이 전화를 걸어 집주인이 칼로 자신을 공격한다고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칼에 찔린 신고 여성과 6살 소년을 발견했다. 모두 26군데 자상을 입은 소년은 병원에서 결국 숨졌다. 여성도 위중한 상태이다.
소년의 어머니가 남편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는 사건 당시 집주인이 집을 찾았고, 목을 조르며 칼로 공격한 정황이 담겼다. 가해자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관련 뉴스를 보고 화가 나 이러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용의자인 추바를 집 밖에서 발견해 체포했다. 그는 1급 살인, 1급 살인 미수, 증오 범죄 2건, 흉기 가중 폭행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 이튿날인 15일 시카고 미국-이슬람 관계 협의회(CAIR)는 소년의 아버지와 삼촌, 기타 가족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이 범죄를 규탄했다. 피해자 모두 팔레스타인계 미국인이다. 어머니는 12년 동안 미국에 거주했고 소년은 미국 태생이다.
CAIR의 아메드 레햅 전무는 “어떤 수준의 증오와 맹목적인 증오가 그런 행동을 유발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며 “미디어의 유해하고 ‘일방적인’ 보도가 편견을 심화시키고 폭력으로 이어졌다”고 비난했다.
일리노이 주지사 J.B. 프리츠커는 15일 성명을 발표해 이 사건이 단순한 살인이 아니라 증오범죄라고 규정했다. 그는 “편견이라는 이름으로 여섯 살짜리 아이 목숨을 빼앗는 것은 악에 가깝다”며 “와데아는 아침에 학교에 가야 한다, 대신 그의 부모는 아들 없이 깨어날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살인이 아니라 증오 범죄”라고 비난했다.
프리츠커는 “무슬림, 유대인, 팔레스타인 이웃을 포함한 모든 일리노이 주민은 그러한 악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롭게 살 자격이 있다”며 “오늘 제 아내와 저는 무슬림 및 팔레스타인 형제자매들과 함께 이 비극적인 상실을 애도하고 와데아 어머니의 회복을 위해 기도한다”고 말했다.
라자 크리스나무디 연방 하원의원도 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이 잔인한 이슬람 혐오 증오 행위가 역겹고 가슴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 테러 행위는 미국 무슬림 커뮤니티와 미국이라는 국가의 근본적인 인류애에 대한 공격”이라며 “나는 법 집행 당국이 이 범죄를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기소하고 모든 미국인이 모든 형태의 증오를 거부하는 데 함께 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리노이주 경찰은 사건 발생 다음 날 주민들에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된 잠재적 증오 범죄와 테러 활동에 대해 경계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주 경찰은 “전쟁과 관련된 폭력이나 증오 범죄 증가에 대응해 법 집행 활동을 조정하고 있다”며 “현재 위협에 노출된 무슬림과 유대인 커뮤니티와 소통하고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계속해서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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