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도로 글로벌 공급망과 투자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디리스킹(derisking·탈위험)이 본격화하면 중국과 밀접하게 엮어 있는 한국 경제가 특히 피해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디리스킹의 일환으로 세계 주요 국가에서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까지 이뤄지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8일(현지 시간) 발표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디리스킹이 아시아 국가 GDP는 물론 세계 경제 전반에 적지 않은 손실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이 두 블록으로 나뉘는 ‘프렌드쇼어링’(동맹국 공급망 연대) 상황에서 중국 GDP는 6.8%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OECD 회원국들과 중국이 서로 비관세 무역장벽을 강화하되, 다른 국가와의 교역은 제한하지 않는 환경을 가정한 것이다. 이때 세계 GDP는 1.8%, OECD 회원국 GDP는 1.5%가량 줄어드는 데 비해 한국은 4% 가까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은 1%대, 미국은 0%대 손실이 예상됐다.
또 중국과 OECD 회원국들이 서로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를 상대로 비관세 무역장벽을 강화하는 리쇼어링 상황에서 한국은 다른 경제권보다 훨씬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각국이 대외 구매 의존도를 3%포인트씩 낮춘다고 가정했을 때 중국의 GDP는 6.9% 감소하는 반면 한국은 10.2%나 줄어 OECD 회원국 중 가장 손실이 큰 것으로 집계됐다.
“對中 의존-시장개방도 높은 韓, 동남아보다 공급망 재편 피해 커”
IMF 경제전망 보고서 동맹연대 ‘프렌드쇼어링’ 상황때 韓 GDP 4% 줄고 中은 6.8% 감소
IMF는 “경제 개방도가 높고 중국과 (경제가) 밀접한 국가일수록 타격이 컸다”고 설명했다.
IMF는 동시에 중국이 경제 분야를 개혁해 생산성을 연간 1%씩 개선할 경우 15년간 GDP가 21%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다른 주요국 GDP 성장률은 같은 기간 5%에 미치지 못하지만 중국과의 교역량이 많은 한국 GDP는 7.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다 보니 ‘차이나 리스크’도, ‘차이나 베니핏(수혜)’도 큰 셈이다. 동남아시아 국가 GDP 성장률도 10%를 상회하는 수혜를 볼 것으로 관측했다.
미국의 대중 견제와 중국의 보복성 ‘자원 무기화’는 한층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지원법(CHIPS Act),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을 내놓으며 프렌드쇼어링 전략을 펴고 있는 미국은 반도체 관련 추가 대중(對中) 수출 및 투자 제한 조치를 내놓으며 디리스킹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중국은 갈륨 게르마늄 흑연 등 반도체와 이차전지 핵심 소재 수출을 통제하는 등 ‘자원 무기화’로 맞서고 있다.
IMF는 미국을 비롯한 OECD 회원국과 중국을 향해 “세계 주요국은 (지정학적) 긴장 완화를 위한 건설적인 대화에 즉시 임하고, 값비싼 대가를 치를 (블록화 같은) 무역 분절 조치들을 거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의 제러미 주크 아시아태평양담당 이사도 20일 서울에서 열린 연례 콘퍼런스에서 “미중 무역 갈등이 구조화되고 있어 한국 정부가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반도체 분야를 미중 갈등 최전선으로 꼽으며 “한국은 중국과는 경제 분야에서, 미국과는 안보 분야에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정부는 조심스럽게 균형을 잡아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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