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빛난 K-컬처]
‘유엔의 날’ 맞아 회원국 초청 첫 공연
‘한국전과 인연’ 美뮤지션 등도 출연
“한국전쟁은 잔혹했지만 동시에 우리에게 전우애와 인류애에 관한 놀라운 이야기를 전해줬습니다. 오늘 콘서트는 대한민국의 오늘이 있게끔 한 200만 유엔군 영웅들에게 바치는 헌사입니다.”
2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열린 6·25전쟁 정전 70주년 기념 콘서트에 앞서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가 이같이 말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윽고 사회를 맡은 주주 장 ABC 앵커가 “지금 이곳에는 6·25전쟁 참전용사와 동기들을 그 전쟁에서 잃은 웨스트포인트(미 육군사관학교) 졸업생들이 와 있다”고 하자 청중이 기립 박수를 보냈다.
이날 행사는 24일 ‘유엔의 날’을 하루 앞두고 6·25전쟁 당시 22개국 200만 유엔군의 참전을 기념하고, 참전국에 대한 감사를 표하기 위해 주유엔 한국대표부와 국가보훈처가 공동으로 개최했다. 유엔 회원국 외교단을 대상으로 유엔군의 6·25전쟁 참전의 의미를 기리는 콘서트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데니스 프랜시스 제78차 유엔총회 의장, 참전국을 포함한 유엔 회원국 50여 개 대사 부부 등 유엔 관계 인사만 1000명가량 참석했다. 2500여 석 규모의 대공연장은 거의 가득 찼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사진)를 비롯해 배종훈 지휘자가 이끄는 서초교향악단이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참전용사를 추모하고 유엔에 감사를 표하는 동시에 미래를 향해 함께 가자는 의미를 음악에 담았다. 배종훈 지휘자의 미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스승인 작곡가 이언 크라우스가 작곡한 ‘한국전쟁 영웅들을 위한 팡파르’가 세계 최초로 공연됐다.
6·25전쟁과 인연을 맺은 미 아티스트도 출연했다. 재즈 팝아티스트인 맷 카팅구브는 “아버지가 6·25전쟁에 참전한 뒤 돌아와 재즈 뮤지션인 어머니를 만났다. 정전을 기념하는 뜻깊은 무대에 설 수 있어 영광”이라며 “오늘의 음악을 아버지에게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조수미는 안정준 작곡가의 ‘아리아리랑’ 등을 열창했다.
이날 유엔 지인의 초청으로 공연장을 찾았다는 캐나다인 레아 씨는 “지구촌 곳곳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지금, 유엔 깃발 아래 함께 민주주의를 지켰다는 사실을 멋진 음악과 함께 느낄 수 있어 감명 깊었다”고 말했다.
주유엔 한국대표부는 이날 콘서트 전 유엔 외교단과 유엔 사무국 고위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환영 리셉션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대표부는 유엔 회원국을 상대로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조수미는 24일 뉴욕 맨해튼 할렘가의 데모크라시 할렘고교에서 ‘희망 콘서트’를 연다. 조수미와 연주자 모두 출연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데모크라시 할렘고교는 2013년 뉴욕시 저소득층 가정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설립된 학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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