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비토에 의원들 사퇴 종용
에머, 후보선출 4시간 만에 ‘백기’
‘친트럼프’ 존슨, 4번째 후보 추대
‘非트럼프’ 거부감에 선출 불투명
미국 하원 다수당인 야당 공화당의 내분이 점입가경이다. 공화당 강경파가 집권 민주당에 유화적이라는 이유로 3일 헌정 사상 최초로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을 축출한 후 3주 넘게 확고한 새 하원의장 후보를 내밀지 못하고 있다.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짐 조던 하원 법제사법위원장, 톰 에머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가 차례로 의장 후보에 올랐지만 강경파와 중도파의 대립이 심해 자진 사퇴했다.
특히 24일 세 번째 의장 후보로 선출된 에머 원내총무는 선출 네 시간 만에 낙마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사진)이 그를 ‘허울만 공화당원’을 뜻하는 ‘라이노(RINO·Republican In Name Only)’로 지목하면서 공화당 강경파들이 비토(veto·반대)에 나선 결과다. 공화당은 직후 친(親)트럼프 성향의 마이크 존슨 하원의원을 새 의장 후보로 추대했지만 존슨 의원 또한 중도파의 지지를 얻기 어려워 의장 선출을 장담할 수 없다.
● 트럼프 “내가 에머를 끝냈다”
공화당은 24일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고 신임 하원의장 후보로 에머 원내총무를 선출했다. 그는 앞서 11일 가장 먼저 의장 후보로 추대된 스컬리스 원내대표와 마찬가지로 매카시 전 하원의장의 측근으로 꼽힌다.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에도 거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에머 원내총무는 선출 네 시간여 만에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의총 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에머는 라이노이자 공화당 유권자와 완전히 동떨어진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 측근들은 공화당 의원들에게 전화를 돌려 에머 원내총무에게 반대표를 던질 것을 촉구했다고 CNN은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특히 에머 원내총무가 2020년 대선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인증하는 투표에 참여한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 이에 에머 원내총무는 이날 의총 직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지지를 호소했다. 23일에도 소셜미디어에 “하원의장으로 선출되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강한 협력 관계를 이어갈 것”이라고 몸을 낮췄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에머 원내총무는 후보에는 가까스로 선출됐지만 의원 20여 명이 사퇴를 종용하자 백기를 들었다. 공화당 하원의원 221명 중 이탈표가 5표만 나와도 하원 과반(217표) 확보가 어려워 의장 당선은 불가능하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측근에게 전화를 걸어 “그(에머)는 끝났다. 내가 그를 죽였어(He’s done. I killed him)”라고 했다.
● 친트럼프 존슨, 네 번째 의장 후보
공화당은 에머 원내총무의 사퇴 직후 존슨 의원을 새 의장 후보로 추대했다. 대표적인 친트럼프 인사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은 사기’ 주장을 옹호한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수단, 예멘 등 이슬람 7개국 국민의 미 입국을 금하는 행정명령을 내렸을 때도 지지했다.
존슨 의원은 의장 후보 선출 직후 “(하원의장 선출을) 매우 확신한다”며 “이 그룹(하원)이 기름칠 잘된 기계처럼 작동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만 존슨 의원에 대한 비(非)트럼프 의원의 거부감이 상당하다. 일각에선 중도파와 친트럼프파의 연합 차원에서 물러난 매카시 전 의장을 다시 추대하자는 주장까지 내놨다. 이들은 공화당 강경파 의원모임 ‘프리덤코커스’의 공동 발기인이며 이미 의장 후보에서 사퇴한 조던 법사위원장을 하원 부의장으로 추대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중도파가 이를 받아들이면 매카시 전 의장의 재추대 또한 용인하겠다는 입장이다.
적지 않은 공화당 의원들이 세 차례의 의장 후보 낙마로 난맥상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에 우려를 표했다.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은 CNN에 비토 의원들을 향해 “(집권) 민주당과의 차이에 비하면 공화당 의원들 간 차이가 없는데도 반대하는 후보를 낙마시키려고 민주당 편에 서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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