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하마스 파괴-인질 데려오는게 목표”
이軍 “가자서 군대 철수 않고 주둔”
이란 “레드라인 넘어… 행동할수도”
이스라엘이 27일(현지 시간) 밤부터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로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해 개전 이후 최대 폭격을 가하며 작전을 벌이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쟁이 2단계에 돌입했다”고 선언했다. 이스라엘이 ‘전면전’ 등의 표현을 피했지만 사실상 하마스와의 지상전을 개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는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7일 하마스의 공격에 대한 보복 공습으로 시작된 전쟁의 ‘2단계’ 전환을 선언하며 “목표는 하마스의 군사력과 정부를 파괴하고 인질을 데려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쟁은 길고 어렵겠지만 우린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보병·기갑·공병부대와 포병이 가자지구 북부에 주둔 중이고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23일 첫 ‘제한적 지상작전’ 실시 사실을 공개하며 작전을 마친 부대를 철수시켰을 때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지상전 전환 첫날인 27일에는 하마스 땅굴과 벙커 등 약 150곳을 폭격으로 파괴하고, 하마스의 공중전을 맡던 잇삼 아부 루크베흐 사령관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28일에는 하마스 지휘소, 대전차 유도탄 발사 원점 등 450곳을 더 타격하며 지상전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중동 전역에는 확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29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시오니스트 정권(이스라엘)의 범죄가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이는 모두를 행동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7일 이란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단체의 미군기지 공격이나 참전 가능성에 “추가 조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첫 타깃은 하마스 480km 땅굴”… 터널-벙커 600곳 맹폭
환기시설 갖춰 수개월 생활 가능 최근엔 지휘소-의무실 등 시설 개선 이스라엘 인질 일부 터널에 억류 가족들 ‘인간 방패 내세울까’ 발동동
“하마스를 파괴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들의 지하도시를 파괴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내에서 본격적인 지상전을 개시한 가운데 이들의 첫 번째 목표는 하마스가 건설한 지하 터널인 ‘가자 메트로(Gaza Metro)’를 파괴하는 것이다. ‘하마스의 지하철’ ‘미니 신도시급’으로 불리는 이 터널은 총길이가 약 480km로 서울 지하철의 1.5배로 알려졌다. 깊이도 30, 40m에 이른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곳곳에 미로처럼 건설된 이 지하 터널을 무력화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시가전을 수행할 수 없고 인명 피해 또한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맞선 하마스는 가자지구 내 최대 병원인 알시파 병원 지하에 지휘본부를 차려 사실상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본격적인 지상전 개시로 하마스에 붙잡힌 다국적 민간인 인질의 안전에 대한 우려 또한 커졌다.
● 환기-통신망 갖춰 수개월간 생활 가능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지상전에 돌입한 첫날인 27일(현지 시간) 밤 전폭기로 지하 목표물 약 150곳을 공습했다. 이 공습은 지하 터널과 벙커 파괴를 노렸다. 다음 단계 작전에 들어가기 앞서 하마스가 매복 공격에 활용할 터널을 제거하는 게 1순위였다는 얘기다. 다음 날에는 하마스 지휘소 등 450곳을 더 타격했다.
28일 영국 가디언,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통치권을 팔레스타인 측에 인계한 2005년부터 가자지구 곳곳에 지하철 노선처럼 복잡하게 얽힌 지하 터널, 즉 ‘가자 메트로’를 구축했다. 특히 최근에는 콘크리트 내벽을 세우고 무기고, 지휘소, 의무실, 군(軍) 통신망, 환기 체계를 갖추는 등 터널 고도화 작업에 주력했다. 이를 통해 지하에서도 신선한 공기를 쐴 수 있다. 주(主) 터널은 오토바이 통행이 가능할 정도다. 개당 건설 비용은 최소 300만 달러(약 45억 원)로 추정된다.
이 터널을 이용하면 이스라엘, 이집트 등으로 언제든 침투할 수 있다. 길라드 에르단 주유엔 이스라엘대사는 “하마스를 파괴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들을 지하 테러도시에서 뿌리 뽑는 것”이라며 터널을 무력화해야 이스라엘에 승산이 있다고 진단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27일 “하마스가 (가자지구 최대 규모인) 알시파 병원 지하에 지휘본부를 숨겨두고 있다”고 주장하며 가자지구 주요 시설을 파괴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수뇌부가 이 병원 입구를 통하지 않고 터널을 통해 지휘본부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를 여러 개 뚫어 놓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8일 “길고 어려운 전쟁이 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지상전이 수개월에서 1년까지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스라엘군이 인명 피해가 큰 전면적 작전 대신 지하 터널 등 가자지구를 정리하며 하마스 숨통을 서서히 조일 것이라는 진단이다. 영국 BBC 방송의 제러미 보언 인터내셔널 에디터는 “이스라엘군은 가자 지역을 한 조각씩 치우고(clear slice by slice)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 지상전에 속 타는 인질 가족
이스라엘군은 28일 기준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을 230명으로 집계했다. 이 중 약 50명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이미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인질 가족을 대표하는 ‘인질과 실종자 가족 포럼’은 “인질의 생명이 이스라엘군의 맹폭과 지상군 투입으로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고 우려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지상전 와중에도 인질 석방을 위한 접촉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마스 측은 인질과 이스라엘 감옥의 팔레스타인인 수감자를 맞교환하자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수감자는 6630명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이스라엘 측은 “이스라엘 민간인을 움직이려는 심리적 테러”라고 일축했다.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대부분이 무장단체 대원이거나 동조자이며 이들을 풀어주면 추가 공격을 돕는 꼴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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