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13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대한 지상군 공격을 시행하기 위해 가자지구 북부 민간인들에게 남쪽으로 이주할 것을 처음 지시한 지 16일 째가 된 29일(현지 시간)에도 여전히 가자지구 북부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 중 한명인 소아과 의사 후삼 아부 사피아는 오로지 팔레스타인인 환자들을 위해 목숨을 걸고 이곳에 남길 택했다.
가자지구 북부의 카말 아드완 병원 소아과장으로서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사피아 씨는 29일 미국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상당수 환자들에게는 ‘대피’가 곧 ‘죽음’을 의미한다. 이들을 버리는 것은 히포크라테스 선서 뿐 아니라 인간의 기본적 품위도 저버리는 것이기에 저와 동료 의사 대부분은 남기로 했다”고 밝혔다.
2018년 미국의 보건의료부문 비영리단체 메드글로벌(MedGlobal)이 가자지구에 의사를 파견하면서 이곳에 온 사피아 씨는 지난 수년간 이 지역에서 공습 피해자들을 치료해 왔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더욱 참혹하다고 전했다. 그는 “전기, 의약품 등이 고갈돼 중환자실에서는 식초로 환자들의 상처를 소독하고, 식수가 바닥나면서 소아 수십 명이 위장염에 걸렸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의사들이 목숨을 걸고서라도 매일 공습이 진행되는 거리에 직접 나가 필요한 물품을 가져오고 있다고도 했다.
사람들이 처한 참혹한 광경도 생생하게 묘사했다. 그는 “영안실은 이미 첫 주에 꽉 찼고 부패한 시신이 질병을 확산시킬까봐 아이들의 조그만한 시신조차도 텐트로 옮겨 보관 중이다”며 “살아있는 아이들 또한 신체는 낫더라도 정신과 영혼이 회복되는 데는 평생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부 환자들은 공습을 받아 고통의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다른 환자들은 충격을 받아서, 또는 이미 생환의 가능성이 없어서 침묵에 휩싸여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마취제는 물론 거즈까지 바닥나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줄 방법도 거의 없다며 안타까워 했다.
사피아 씨는 기고문에서 아이들과 주민은 물론, 죽음이 낯설지 않은 의료진들조차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증언했다. 한 동료는 자신의 아들이 공습으로 숨져 실려온 것을 목격했고, 다른 동료는 전쟁 첫 주에 아버지와 형제를 잃었다고 한다. 사피아 씨의 집도 20일 공습으로 붕괴됐다. 여섯 자녀의 아버지이기도 한 그는 부인들과 아이들 만이라도 남쪽으로 피난갈 것을 부탁했지만, 가족들이 그와 생사를 함께하겠다며 거부해 함께 병원에서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사피아 씨는 “환자들의 눈을 피해 밤마다 진료실 문을 닫고 혼자 운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이토록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여전히 병원에 남은 이유에 대해 “희망이 있기 때문”이라며 전세계를 향해 가자지구에 구호품을 보내줄 것을 호소했다. 특히 의료장비를 가동시킬 수 있는 연료를 요청했다.
기고문 말미에서 사피아씨는 “환자들과 동료들의 눈에서 공포보다 강한 회복력과 끈기를 본다. 연료, 식량, 의약품 등 모든게 고갈됐지만 우리에게 아직 희망 만은 남아있다”며 세계가 팔레스타인인들의 희망에 응답해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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