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국내외서 비판 여론 쏟아지자
‘하마스 제거’ 초점 제한적 지상전
헤즈볼라 지도자 내달 3일 연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지상전을 개시했지만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상대로 ‘전면전’ 대신 ‘소규모 연속 침투’를 통한 단계적 제거로 전략을 수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간인 피해 우려로 반(反)이스라엘 여론이 번지고 있는 데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하마스가 납치한 인질의 생명은 어떻게 되느냐’는 비판이 고조되는 데 따른 것이다.
거미줄처럼 퍼진 가자지구 내 480km의 땅굴 ‘가자 메트로’ 등으로 전면전에서의 신속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현실론도 무시할 수 없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미 ABC 방송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민간인을 보호하면서 하마스를 파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 이란 등 소위 ‘저항의 축(resistance axis)’의 참전 우려도 여전하다.
● 전력 우위 살리고 민간인 피해 최소화
이스라엘군은 지상전 개시 첫날인 27일(현지 시간)부터 가자지구 북서부 2개 도시로 탱크를 앞세운 지상군을 진격시킨 뒤 북부 일부를 점령했다. 27일 150곳, 28일 450곳, 29일 600곳 등 타격 규모도 확대했다.
하지만 현재 이스라엘군은 지상군을 일시에 투입해 전면전을 벌이는 대신 하마스 대원들이 숨은 땅굴 등 기반 시설을 파괴하고, 건물에 침투해 사살하는 등 제한적, 단계별 지상전에 집중하고 있다. 29일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하마스가 설치한 땅굴 내 부비트랩(함정)을 해체하고 주요 연결 지점을 파괴하는 것은 물론이고 탱크와 군용차의 이동로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두고 공군, 포병 화력 등의 우위를 살려 하마스 지도부, 핵심 군사시설 등을 파괴하는 ‘외과수술식 타격’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군은 30일에도 “병력이 하마스 집결지로 이동하다 바리케이드를 친 테러리스트들을 맞닥뜨려 드론 공격으로 20명 이상을 사살했다”며 공군 폭격과 지상군 합동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공군의 임무에 대해선 “지상군에 공중 우산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전 변경의 배경에는 민간인 인질의 안전이 있다. 이스라엘군은 29일 현재 인질이 239명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약 230명이 붙잡혔으며 이 중 50여 명이 이미 숨져 200명 미만일 것이라는 기존 관측보다 많은 숫자다.
미국의 압박도 상당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같은 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에서 “민간인 보호를 우선시하는 국제법을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형제 칼리드 빈 살만 국방장관도 30일 미 워싱턴을 찾아 확전 방지 등을 논의한다. 사우디는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에 대해 줄곧 반대해 왔다.
● 이번 주 헤즈볼라 전면 참전 기로
지상전이 본격화되면서 국제사회의 시선은 헤즈볼라의 참전 여부에 가 있다. 헤즈볼라는 이번 전쟁 발발 직후부터 이스라엘 북부 국경에서 국지적인 교전을 벌였고,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 이후에는 교전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최고지도자가 다음 달 3일 대중 앞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그는 최근 하마스, 가자지구의 또 다른 무장단체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 고위 간부와 회동한 사진을 공개했지만 이번 전쟁 발발 후 공개 연설은 처음이다.
헤즈볼라는 29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나스랄라 지도자가 헤즈볼라를 상징하는 깃발을 응시한 후 지나가는 12초 분량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는 “하나님은 막강한 군사력을 지닌 우리의 종들을 너희에게 보냈다”라는 꾸란(이슬람 경전) 구절이 포함돼 있다. 일각에서는 헤즈볼라 등 ‘저항의 축’ 참전 확대를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다만 현 레바논 연정에 참여 중인 헤즈볼라의 참전 결정이 쉽지만은 않다. 특히 연정 파트너들은 참전에 반대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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