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변동폭 年0.5%→1.0% 확대
올해들어 사실상 세 번째 금리인상
물가 상승에 점진적 긴축 움직임
금리 슈퍼위크… 美, 동결 가능성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올 7월 이후 3개월 만에 또 금융완화 정책을 수정했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면서 엔 약세 현상이 심화하고 물가 상승 부담 또한 커진 데 따른 행보로 풀이된다. 오랫동안 경기 부양을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고수했던 일본이 정책 전환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이후 공격적인 금리 인상 정책을 펴온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31일, 이달 1일 양일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에 따른 중동 정세 불안과 국제유가 상승, 미 국채 금리 상승 기조 등으로 전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당분간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 금리 상승 억제 부작용 우려
일본은행은 31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의 변동 폭 상한 목표를 기존 연 0.5%에서 연 1.0%로 올렸다. 1.0%를 어느 정도 초과하는 것도 허용하기로 했다.
일본은행은 “장기금리 상한을 엄격하게 억누르는 것은 강력한 효과가 있지만 부작용도 클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금리 상승을 지나치게 억제하면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커져 달러 대비 엔 약세가 심화한다. 엔저는 일본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순기능이 있지만 물가 상승을 부채질해 국민의 생활고를 가중시키는 부작용이 있다.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정책 수정은 최근 1년 새 3번째다. 지난해 12월에는 장기금리 상한을 기존 0.25%에서 0.50%로 확대하며 ‘사실상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올 7월에는 10년물 국채 무제한 매입 금리 수준을 0.50%에서 1.0%로 올렸다. 세 차례의 행보 모두 시장 금리를 올리는 효과를 지닌다.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에서 탈출하기 위한 경기 부양 수단으로 단기 금리를 ―0.1%로 묶어두는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강력한 긴축 정책을 펴는 미국, 유럽 등과 금리 격차가 계속 벌어지면서 엔저 현상이 심화했다. 해외투자 자본 또한 고금리에 따른 고수익이 예상되는 타국 시장으로 빠져나가면서 일본의 금융시장 기능이 약화됐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 “당분간 높은 변동성 지속”
다만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50.25엔으로 전일 대비 상승(엔화 가치 하락)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은행이 당분간 금융완화의 틀을 유지하면서 물가 및 경제 상황을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책 방향은 전환했지만 그 속도는 점진적일 것이라는 의미다.
이번 주에는 일본은행과 연준은 물론이고 영국 중앙은행(2일) 또한 통화 정책을 결정하는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슈퍼위크’가 이어진다. 월가 전문가들은 연준이 11월 FOMC뿐만 아니라 12월 FOMC에서도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 장기 국채 금리 급등세로 가계와 기업의 차입 비용이 늘고 있다”며 이것이 금리 인상과 사실상 동일한 효과를 내는 만큼 연준이 굳이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 압력은 국제 금융시장의 주요 변수다. 국내에 미칠 영향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최근 “달러화 강세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고 높은 환율 변동성이 지속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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