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 침수지역으로 꼽히는 이탈리아의 수상도시 베네치아가 이같은 오명을 벗었다. 베네치아 당국이 거금을 들여 인근 바다에 건설한 조수 차단벽 ‘모세’가 가동됐기 때문이다.
31일(현지시간) 이탈리아의 ‘안사’(ANSA)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 5분경 베네치아 주변 조수 수위는 154cm까지 불어났다. 이 시기는 북아프리카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과 만조 시기가 맞물리면서 파도가 높아진다.
이같은 높은 조수 수위는 수상 도시인 베네치아에 피해를 준다. 예전 같으면 도시의 70% 안팎이 물에 잠겼을 수준이었지만 이번에는 베네치아가 침수 피해를 입지 않았다. 베네치아 입구에 설치된 조수 차단벽, 일명 ‘모세’(MOSE)가 가동했기 때문이다.
모세는 구약성경에 등장해 홍해를 갈라 이스라엘 백성을 피신시키고 이집트 군의 추격을 따돌렸다고 알려진 인물이다. 하지만 이번에 언급된 ‘모세’ 시스템은 ‘실험적 전자 기계 모듈’(ModulO Sperimentale Electtromeccanico)의 약자이기도 하다.
모세는 총 78개의 인공 차단벽으로 이뤄졌다. 평상시에는 바닷속에 잠겨 있다가, 조수 상승 예보와 경보가 울리면 수면 위로 솟아올라 조수를 차단한다. 최대 3m 높이의 조수까지 차단할 수 있어 해일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대 3m까지 솟아오를 수 있는 초대형 차단벽을 구축하는 공사였던 만큼 공학적 복잡성과 프로젝트 비용도 막대했다. 베네치아 당국이 들인 예산은 60억 유로(약 8조 1000억 원)였다.
모세의 아이디어는 사실 1980년대 중반부터 존재했지만, 실제 건설은 2003년 추진됐다. 본래 목표 완료 날짜는 2012년 이었지만 여러문제로 2020년까지 8년이나 연기됐고 총 17년의 건설 기간이 소모됐다.
모세의 건설비용이 이같이 막대하지만, 전문가들은 모세가 베네치아의 침수를 막아 앞으로 수많은 경제적·사회적 피해를 예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는 관련 전문가들을 인용해 “2020년부터 가동된 모세는 베네치아를 보호하며 수백만 유로의 피해를 막았고, 시민이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게 해줬다”고 평가했다.
다만 높은 건설 비용과 유지 비용 때문에 모세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는 의견도 나왔다. 모세의 가동 비용은 1회당 20만 유로(약 2억 8000만 원) 수준으로 알려졌는데 첫 가동 이후 현재까지 모세는 총 60회 가동됐으며, 현재까지 지출된 비용은 1000만유로(약 143억 원)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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