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에서 부모되는 건 저주”… 3주새 ‘팔’어린이 3600명 피살

  • 뉴시스
  • 입력 2023년 11월 2일 08시 12분


젖먹이에서 태아, 10대 고교생까지..팔다리 잃은 아이도
부상자만 7000명.. 남부 피난민도 피격, 안전한 곳 없어
기자 되고 싶었던 고교3년생, 동영상 보도 며칠뒤 숨져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시작된지 25일 만에 팔레스타인의 아기와 어린이들 3600명 이상이 살해당했다고 가자지구 하마스의 보건부가 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아이들은 폭격에 맞아서, 오발된 로켓포 탄에 짓이겨져서, 폭탄의 폭발에 불타서, 무너진 빌딩에 짓눌려서 사망했고 그 가운데에는 신생아부터 걸음마를 뗀 아기들, 책을 좋아하거나 기자가 되고 싶어했던 아이들, 교회 안에 있으면 안전하다고 배운 수많은 어린이들 까지 사망자에 포함되었다.

가자지구의 좁은 면적에 살고 있는 230만명의 주민들 가운데 절반은 18세 이하 미성년자이며, 지금까지 전쟁으로 살해된 희생자의 40%는 아이들이다.

AP통신이 가자 보건부가 지난 주 발표한 통계를 분석한 결과 10월 26일 기준으로 2001명의 12세 이하 아이들이 살해 당했고 그 중 615명은 3살 이하의 유아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가자 중부의 데이르 알-발라 시내에 있는 알아크사 순교자병원에서 11월1일에 만난 작가 아담 알-마드훈은 4살짜리 딸 켄지를 어르면서 “가자의 건물들이 폭격당했을 때 건물들은 아이들 머리 위로 무너져 내렸다”고 말했다.

딸 켄지는 공습에서 살아남긴 했지만 오른 팔이 절단되었고 왼다리는 으깨졌으며 머리뼈에도 골절상을 입었다.

이스라엘은 자기들의 공습 목표는 하마스의 본거지와 시설들이라고 주장하면서 하마스가 민간인들을 인간 방패로 삼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또 하마스 무장세력의 로켓포 500발 이상이 오발로 가자 안에 떨어져 숫자 미상의 많은 팔레스타인들을 살해했다고 주장한다.

어쨌든 가자지구 전쟁에서 3주 남짓 동안에 살해 당한 아이들의 수는 지난 3년 동안 전 세계 분쟁지역의 전투에서 죽은 아이들을 합친 것보다 많아졌다고 국제자선단체 ‘세이브 더 칠드런’은 밝히고 있다.

지난 해 1년 동안 전세계에서 살해당한 아이들을 합쳐도 2985명이라고 이 단체는 밝혔다.

유엔아동기금 유니세프의 제임스 엘더 대변인도 “가자지구는 수 천명의 아이들의 무덤이 되었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건물 폐허속에서 끄집어낸 아이들의 공포에 질린 얼굴과 피에 젖은채 병원 들 것에 실려 운반되는 모습들은 이제는 일상적으로 뉴스에 나오면서 전세계에 분노의 항의 시위를 불붙였다.

최근의 이스라엘 공습 직후에도 구조대가 흰색 아기 옷이 피에 젖은 꼬마 아기를 운반하는 장면, 죽은 어린 아들을 가슴에 꼭 안은채 절규하는 아빠의 모습, 피투성이의 꼬마 아기가 혼자 건물 폐허 속에서 비틀거리고있는 장면들이 보도되었다.

지난 5월 닷새 동안의 전투에서 8살 딸을 잃고 삶이 망가져 버렸다는 가자시티의 40살 목수 아흐메드 모다위크는 “가자에서 부모로 산다는 것은 저주”라고 기자에게 말했다.

이스라엘 어린이들도 살해 당했다. 10월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남부 지역에서 전투가 일어났을 때 살해된 사람 총 1400명 가운데에는 아기들과 작은 아이들도 있었다고 이스라엘 정부는 정확한 숫자는 밝히지 않은 채 말했다.

하마스가 인질로 잡아간 240명 중에도 약 30명의 어린이가 포함되어있다.

이스라엘 전폭기들이 가자지구 전체를 강타하는 동안 팔레스타인 아이들은 대가족이 함께 아파트에 숨어 지내거나 유엔이 운영하는 대피소에 머물렀다. 이스라엘은 가자 북부 주민들에게 남쪽으로 대피하라고 했지만 어느 곳도 폭격에 안전한 곳은 없었다.

가자 북부에서 남쪽 데이르 알-발라흐의 4층 건물로 피난왔다가 10월 22일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온가족과 친척 68명이 몰살 당한 야스민 주다는 “이들은 죽음을 피해 도망치고 있지만 결국 죽음을 맞는다”고 말했다.

그녀의 조카딸인 1살의 밀리사가 유일한 생존자였고, 그 애 엄마는 공습 도중에 출산을 하다가 폐허 속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다. 그녀의 자궁에는 세상에 채 태어나지 못하고 죽은 쌍둥이 아기들의 머리가 반쯤 나와있었다.

주다는 “이 조그만 생명들이 가족을 통째로 잃을만한 무슨 죄를 지었나”하고 반문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사망자가 8800명까지 많아진 것은 하마스가 주택가의 가장 인구가 밀집한 지역에서 작전을 하고 있는 탓이며 그들 책임이라고 말하고 있다. 반면 팔레스타인은 사상자 수가 매일 폭증하는 건 이스라엘이 무차별로 공습과 폭격을 계속한 탓이라는 증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아이들의 희생은 날로 늘어가고 있고 부상자만 해도 7000명에 달한다. 의사들은 이들이 평생의 삶을 뒤바꿔 놓을 만한 치명적 중상을 입었다고 말하고 있다.

공습전에 걸음마를 떼고 몇 발짝을 걸었던 밀리사는 이제 다시는 걷지 못한다. 공습으로 가족이 전멸했을 때 폭탄을 맞아 가슴부터 그 아래가 모두 마비되었기 때문이다.

병원에 옮겨진 4살 켄지도 정신이 들자 울부 짖으면서 오른쪽 팔이 어디로 갔느냐고, 왜 없느냐고 묻고 있었다.

아이 아빠는 “ 이 아이를 정상적인 생활의 절반 만큼이라도 살게 해주려면 얼마나 많은 고통과 노력이 필요할 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가자의 어린이들을 비롯해 아동관련 자선 단체들은 아이들이 가자지구에 있는 것 자체가 죽음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 동안에는 삶의 질, 생활 수준, 장래 희망과 취업, 보건의료와 교육이 문제였지만, 이번 전쟁부터는 아이들도 생존이 최우선 과제가 되었다. 이들은 생사가 엇갈리는 죽음의 한 복판에 놓여있다고 ‘팔레스타인내 어린이를 위한 방위군’ 단체의 아예드 아부 에그타이시 사무총장은 말했다.

알자지라 TV는 10월 25일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아내와 6세 딸, 16세 아들을 잃은 이 방송국의 가자 지국장 와엘 아흐두의 인터뷰를 생중계했다.

병원에 몰려든 취재진의 카메라들을 향해 그는 10대 아들 마무드가 기자가 되고 싶어했다며 통곡을 그치지 못했다.

아들은 가자시티의 미국계 국제고등학교 3학년이었고 영어로 보도하는 기자가 되고 싶어서 언제나 카메라 출연 연습과 함께 유튜브에 취재기사를 직접 올리기도 했다고 아흐두는 말했다.

마무드가 죽기 며칠 전에 촬영한 뉴스 화면에는 불타버린 승용차들과 검은 연기, 무너져 버린 주택들이 담겨 있었다. 마무드와 여동생은 이 화면을 배경으로 거센 바람소리와 함께 멘트를 녹음해 보도 화면을 완성했다.

“이번 전쟁은 우리가 가자에서 겪었던 전쟁 중에 가장 폭력적이고 격렬한 전쟁입니다”라고 말한 남매는 보도의 맨 끝 부분에서는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며 외쳤다.

“제발 우리가 살아 남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

[데이르 알-발라(가자지구)=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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