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두고 일본에서 ‘신조어·유행어 대상’ 후보가 공개됐다. 한국 관광지에서 유래한 ‘10엔 빵’과 K팝이 이끈 ‘Y2K’ 패션 등도 포함돼 한류의 영향력을 실감하게 했다.
NHK에 따르면 ‘신조어·유행어 대상’ 선정위원회는 대중문화부터 스포츠, 정보통신(IT) 기술, 범죄 등 2023년 세태를 총망라하는 키워드 30개를 선정해 2일 발표했다.
첫 번째 후보로는 영국의 TV쇼 ‘브리튼스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에 출연한 일본인 개그맨의 유행어, “아임 웨어링 팬츠(I’m wearing pants!)”가 차지했다. 무대 위에 속옷 차림으로 올라가 여러 포즈를 취하며 해당 대사를 외친 것이 심사위원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18년 만에 센트럴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오사카 지역 야구팀, 한신 타이거스 팬들이 입에 달고 살았던 ‘아레(그것)’도 뽑혔다. 굳이 우승이 아닌 ‘아레’라고 표현한 것은 선수들이 지나치게 승부를 의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팬들의 작은 배려다.
인기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推しの子)’ 역시 11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작품뿐만 아니라 그룹 YOASOBI의 노래 ‘아이돌’이 히트를 치며 최근 한국 아이돌 사이에서도 댄스 챌린지 열풍을 불게 했다. 아이돌의 동영상 플랫폼 뮤직비디오 재생 수는 3억5000회에 이른다.
그중 한류의 영향이 느껴지는 키워드는 15번째 후보 ‘10엔빵’과 30번째 후보 Y2K다.
10엔 빵은 말 그대로 10엔 동전 모양을 본떠 만든 치즈빵으로 젊은이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신오쿠보·하라주쿠 등 지점이 늘어나는 추세다. 원조는 한국 관광지에서 만든 ‘10원 빵’으로 알려져 있다. 단 가격은 10엔이 아닌 500엔(약 4470원)이다.
Y2K는 ‘Year2000’의 약자로 최근에는 2000년대를 풍미했던 패션 전반을 아우르는 말로 쓰인다. 엘르재팬은 블랙핑크(BLACKPINK), 뉴진스(NewJeans) 등을 예로 들어 “세계의 패션 트렌드를 이끌며 이제는 붐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맡고 있다며 그들이 즐겨 입는 Y2K 브랜드를 특집으로 다루기도 했다. 짧은 기장의 상의와 배기팬츠 느낌의 헐렁한 하의를 매치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밖에도 ‘5류(일본 감염증법상 등급 중 독감과 같은 급)’, ‘오버투어리즘’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규제 완화와 연관된 키워드나 ‘생성형 AI’, ‘챗GPT’ 등 기술 트렌드를 나타내는 키워드도 포함됐다. 유엔 인권위원회의 조사까지 받게 된 쟈니 기타가와의 미성년자 성착취와 관련해 ‘성가해’도 후보에 포함됐다.
위원회 측은 “(올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더해 팔레스타인 문제, 엔저, 물가 상승 등 더욱 심각하고 어두운 문제도 많이 보였다. 누구든 차별당하는 일 없이 밝고 기운이 나는 말이 등장하는 시대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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