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한때 시리아·이라크 일대를 장악했던 수니파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비대칭 전술’을 습득해 가자지구 지상전에 돌입한 이스라엘군에 대항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 주간 지상 병력을 투입해 가자지구 포위를 마친 이스라엘군이 조만간 시가전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하마스가 비대칭 전술을 통해 압도적 전력 차이를 얼마나 견뎌낼지 주목된다.
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하마스가 무인기(드론) 공습과 땅굴 기습 작전으로 첨단 인공지능(AI) 기술로 무장한 이스라엘 방위군(IDF)을 격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날 하마스는 드론 1대가 날개 달린 수류탄을 이스라엘군에 투하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수류탄이 폭발하자 황급히 몸을 피하는 이스라엘 장병들의 모습이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해당 드론은 수작업으로 폭발물 탑재가 가능하게 개조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폭탄을 상공에서 투하하는 드론 외에도 하마스는 표적을 직접 공격하는 자폭 드론도 보유하고 있다. ‘주아리’(Zouari) 드론이 대표적이다. 2016년 튀니지에서 피격당한 하마스 측 우주공학자 모하메드 주아리의 이름을 땄다.
주아리 드론은 배회 기능이 있어 표적지 인근을 맴돌다 최적의 순간에 이를 파괴한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기습한 지난달 7일에도 폭탄을 실은 주아리 드론으로 이스라엘 북부 셰바 농장에 있는 이스라엘군 지휘부를 공격했다고 공식 인정한 바 있다.
하마스가 만든 드론들은 앞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이라크 북부와 시리아 동부를 점령했던 IS가 사용했던 것들과 유사하다. 당시 IS는 비군사용 드론을 수류탄을 비롯한 폭발물을 투하할 수 있도록 개조했다. 이를 지켜본 하마스는 임시방편으로 보이는 무기로도 군사적 열세를 극복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게 된다.
이와 달리 이스라엘은 고도로 정교한 무기와 최첨단 표적 추적 시스템을 활용해 가자지구를 초토화하고 있다. IDF는 지난 7일 하마스 기습 이후 지금까지 가자지구에서만 1만2000개 이상의 표적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표적 식별 과정에선 딥러닝 기술을 구사하는 AI 모델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방대한 양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마스가 사용하는 로켓 발사대와 이를 제조하는 작업장, 군수창고와 지휘통제소, 군부 자택까지 군사적 목적과 연계된 모든 시설이 공격 대상이었다.
앞으로 벌어질 시가전에서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의 감시 자산을 무력화하기 위해 땅굴을 전략적으로 사용할 것으로 더타임스는 내다봤다. 총연장 500㎞로 가자지구 구석구석을 주파하는 땅굴을 이용, 하마스 전투원들이 도심을 활보하는 이스라엘 장병들을 상대로 기습 공격을 가한 뒤 순식간에 지하 세계로 잠복하는 식이다.
하마스가 지난 15년 동안 공들여 건설한 땅굴은 공격·밀수·저장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과거 가자지구 주둔 당시 이스라엘군 부사령관을 맡았던 아미르 아비비 예비역 준장은 지난달 26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40~50m 깊이의 땅굴에는 벙커, 사령부, 저장시설이 있는 건 물론 천여개의 로켓발사 지점과 연결돼 있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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