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한 달]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 인터뷰
“하마스 궤멸은 이스라엘의 헛된 꿈… 美-이란 대리전 주장은 팔에 결례
韓 우수한 전력기술 공유하고 싶어… 이란 핵합의 복원, 한반도 모델 되길”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탄압을 멈추지 않으면 중동 평화는 불가능합니다. 하마스를 없앤다 해도 제2,제3의 하마스가 또 나올 겁니다.”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63)는 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피란민이 몰려 있는 가자지구의 자발리야 난민촌을 거듭 공습한 것은 명백한 전쟁범죄”라며 지난달 7일 전쟁 발발 이후 약 1만 명의 가자 주민이 숨지고 인도주의 위기 또한 고조된 것은 모두 이스라엘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지난달 18일 아키바 토르 주한 이스라엘대사와 만났고 이에 더해 쿠제치 대사의 발언도 들었다. 전쟁 후 주한 외교공관이 없는 팔레스타인 측의 입장을 꾸준히 대변해 온 이란, 이스라엘의 주한 대사 모두와 만난 언론은 동아일보가 유일하다. 4월 부임한 쿠제치 대사의 첫 국문지 인터뷰이기도 하다.
쿠제치 대사는 하마스가 선거로 가자지구 제1당에 올랐음에도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부정하고 2007년부터 16년간 가자지구를 봉쇄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가자지구에는 성인이 될 때까지 살아 있을지도 모르는데 희망을 가지는 게 무의미하다는 청년이 많다”며 가자 주민을 막다른 골목에 몰아넣고 하마스 궤멸을 논하는 것은 이스라엘의 헛된 꿈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위반하고 요르단강 서안지구 곳곳에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하고 있는 점도 비판하며 “제2의 가자지구가 될 여지가 농후하다”고 우려했다.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을 대하는 서방의 이중잣대와 편파 보도가 심각하다고도 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는 서방 언론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탄압은 용인한다”며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 또한 실상에 비해 적게 보도되고 있다고 했다.
이란이 하마스의 배후로 지목받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하마스를 지지하는 것은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방치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이번 사태를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으로 보는 시각은 팔레스타인에 ‘결례’라고 했다. 다만 하마스에 무기를 지원하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그는 “이스라엘이 사우디아라비아 등과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는 것은 팔레스타인 탄압을 흐리기 위한 용도”라고 단언했다.
한국과의 협력 의지도 강조했다. 그는 “부임한 지 얼마 안 돼서 한국에 동결됐던 이란산 원유자금 문제가 해결돼 윤석열 대통령께 감사하며 개인적으로도 영광”이라고 했다. 이 자금은 현재 한국에서 카타르 은행으로 이전된 뒤 미국이 다시 동결한 상태다.
한국 내 동결 기간 중 환차손, 이자 등으로 이란이 약 15%의 손해를 봤으며 이란 일각에서 이 손해를 보상받아야 한다는 말이 나오지만 “양국 협력이 강화되면 그 이상의 혜택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란이 원유, 천연가스, 리튬 등 각종 자원을 보유했고 약 8700만 명 인구의 대부분이 젊은 층이어서 산업 선진국인 한국과의 협력 여지가 많다고 했다. 특히 “한국의 우수한 전력 기술을 공유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한국 대통령의 이란 방문이 없었다며 윤 대통령의 방문을 기대한다고 했다.
이란이 ‘한반도의 비핵화’(한국, 미국 등은 ‘북한의 비핵화’라고 표현)를 지지하며 서방과의 핵합의를 복원하기 위한 자국민의 열망도 높다고 소개했다. 그는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사례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이를 막을 조항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며 이란의 핵합의 복원 추진이 한반도에도 ‘역할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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