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서 커지는 ‘가자 재점령’ 목소리…정부도 동맹국 압박

  • 뉴스1
  • 입력 2023년 11월 6일 09시 46분


이스라엘 정부 외교관들이 이집트 등에 조용히 난민 수용을 촉구하면서 팔레스타인인의 영구 추방을 물밑작업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와 함께 이스라엘 극우들의 ‘가자 재점령’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고위 외교관 6명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최근 몇 주 동안 가자지구 내 수십만 명의 민간인을 이집트로 보내기 위한 방안과 관련해 조용히 국제적 지원을 얻어내려고 노력했다.

NYT는 이스라엘 지도자들과 외교관들이 이 구상을 실제로 여러 외국 정부에 비공개로 제안했다고 했다. 구상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인들은 전쟁통인 가자지구를 떠나 이웃 이집트의 국경 바로 건너편에 있는 시나이 사막에 있는 난민 캠프로 가게 된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이스라엘 동맹국은 그러한 대량 이주가 영구적일 수 있다는 위험 때문에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사자인 팔레스타인인 역시 이를 단호하게 거부하고 있다.

70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들은 1948년 이스라엘의 국가 창설을 위한 전쟁 중에 자신들의 고향에서 추방되는 이른바 ‘나크바’(대재앙)를 겪었는데 이번 전쟁도 유사한 일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은 아직 가자 사람들에게 노골적으로 이집트로 가라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 가자지구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시작하면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전체 인구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북부 가자지구의 모든 주민들에게 남부로 대피할 것을 촉구했다.

이집트의 경우는 팔레스타인인의 영구적인 이주는 물론이고 일시적인 난민 수용도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 우익들은 이 구상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의 의원이자 전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인 대니 다논은 NYT에 가자지구 침공 작전을 원활히 하고 민간인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며 대피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그는 “군대와 민간인의 사상자 수를 낮추기 위해서”라면서도 “우리는 이집트인뿐만 아니라 전체 국제사회가 가자지구 주민들을 지지하고 수용하기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일 것을 기대한다”며 난민을 주변국에 떠넘기고 싶어하는 속내를 드러냈다.

일부 이스라엘 강경파는 가자지구를 이스라엘이 차지하고 팔레스타인 주민을 영구적으로 추방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주장했다. 리쿠드 의원인 아리엘 칼너는 지난달 8일 ”지금 당장 하나의 목표는 나크바다. 가자에 나크바를, 그리고 감히 (하마스에) 동참하려는 모든 이에게 나크바를!“이라고 말했다.

극우 정부 장관인 아미차이 엘리야후는 지난 1일 가자 지구에서 싸운 전 이스라엘 군인들, 또는 2005년 이스라엘이 그곳에서 철수하기 전에 살았던 전 이스라엘 정착민들에게 가자 땅을 넘겨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엘리야후는 더 나아가 이스라엘이 가자에 핵폭탄을 투하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까지 말해 네타냐후 총리와 다른 정부 구성원들의 비난을 받았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는 가자지구 재점령을 촉구하는 이스라엘 군 장교와 팝 가수의 모습이 담긴 별도의 영상이 돌며 군인 청중의 동의를 불러일으켰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군은 해당 장교를 비난하고, 팝 가수와 함께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1967년 아랍-이스라엘 전쟁 중에 이집트로부터 가자지구를 빼앗아 점령하고 그곳에 21개의 유대인 정착촌을 세웠다. 그러나 2005년 이스라엘 정부는 ‘중동평화로드맵’에 따라 정착촌을 철거하고 주민들을 이스라엘로 대피시킨 뒤 그 영토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 넘겼다.

하마스는 2년 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몰아내 권력을 차지했고, 이에 이스라엘과 이집트는 지난 16년 동안 가자지구를 봉쇄해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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