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사무실 업계의 총아로 불리며 한때 기업가치가 470억 달러(약 63조 원)에 달했던 ‘위워크’가 거듭된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6일 미국 뉴저지주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재택 근무가 급증하며 사무실 수요가 줄어든 데다 미국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각종 비용 부담까지 급증한 탓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역사에 남을 몰락”이라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장’만 좇아온 밴처캐피털 업계의 그림자가 드러났다”고 평했다. 위워크에 거액을 투자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사진)도 상당한 손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누적 투자액은 169억 달러(약 22조1500억 원)에 달한다. 국내 관련 업계의 불안감 또한 고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위워크는 파산보호 신청 문서에서 약 186억 달러의 부채를 보유했다고 공개했다. 올 6월 기준 위워크가 지불해야 하는 임차료와 이자 또한 연 27억 달러로 연 매출의 80%에 육박한다. 통상 ‘챕터 11’로 불리는 파산보호는 한국의 법정관리와 유사하며 해당 기업의 채무 이행을 일시 중지하고 자산 매각 등에 나서는 절차다.
2010년 설립된 위워크는 전 세계 스타트업 열풍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했다. 스타트업에 단기 계약으로 공유사무실을 빌려주는 것 외에도 입주사 간 네트워킹 행사나 운동 수업을 개최하고 무료 맥주와 음료 등을 제공했다. 위워크는 단순한 공간 공유 기업을 넘어 입주 고객의 근무 데이터를 철저히 수집해 분석하는 정보기술(IT) 회사라고도 주장했다. 기업공개(IPO) 직전인 2019년 1월 기업가치가 470억 달러에 달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IPO와 코로나19를 계기로 사업 구조가 부실하다는 점이 드러났다. 남의 돈을 빌려 세계 주요 도시 곳곳에 공격적으로 지점을 냈는데 매출보다 지출이 2배 이상 컸음에도 덩치 키우기에만 집착한 탓이다.
창업자 애덤 뉴먼의 행태도 기업가치와 회사 이미지에 큰 타격을 안겼다. 그는 자신이 소유한 건물을 위워크에 임대하고, 각종 기행에 회삿돈을 유용해 IPO 준비가 한창이던 2019년 9월 쫓겨났다. 결국 IPO는 무산됐다.
이 와중에 발발한 코로나19는 치명타를 안겼다. 대부분의 지점에서 건물주와 장기 계약을 맺은 탓에 지점을 서둘러 줄이는 식의 신속 대응이 어려웠다. 이후 세계 각국의 고금리 정책으로 임차료와 이자 등 고정비용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다만 파산보호 신청은 미국과 캐나다 지점에만 적용된다. 위워크는 세계 각지에 지점 700곳을 두고 있고 약 절반이 미국과 캐나다에 있다. 국내 지점은 19개다.
위워크는 데이비드 톨리 최고경영자(CEO) 명의로 7일 국내 입주사에 국문 이메일을 보내 “파산보호 신청을 통한 기업회생 절차는 한국에서 진행되지 않는다. 운영에도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위워크에 입주한 한 국내 스타트업 관계자는 “본사가 경영난에 빠진 만큼 조심스럽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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