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군사용 반도체를 만드는 전용 보안시설 건설을 추진하며 이를 운영할 기업으로 미 반도체 기업 인텔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와 직결된 군사용 반도체 생산을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큰 대만에 의존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 상무부, 국방부 등이 인텔 측과 만나 군사용 반도체 제조 보안시설 건설 논의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미 애리조나에 있는 인텔 공장에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반도체법에 따른 예산 530억 달러(약 70조 원)에서 30억∼40억 달러(약 4조∼5조 원) 규모의 보조금이 지급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군사용 반도체 제조 보안시설을 추진하는 것은 첨단 반도체 공급망 안보에 대한 미 정부의 우려를 보여주는 조치라고 WSJ는 분석했다. 향후 인공지능(AI) 활용 첨단 무기 개발을 좌우할 반도체 공급망을 동아시아, 특히 중국의 군사적 위협이 도사리는 대만에 의존하는 일이 안보에 치명적이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들이 반도체법 보조금 지원을 감안해 미국 투자를 늘린 가운데 인텔이 보조금을 독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WSJ에 따르면 미 상원의원 3명은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방위산업 반도체 제조를 따로 시설을 만들어 (물량을) 몰아주면 비용이 더 늘어날 뿐 아니라 다른 반도체 공급 기반을 조성할 자금이 부족해진다”며 반대 의견을 표했다.
미국의 대(對)중국 규제에도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은 오히려 중국 사업을 낙관하며 현지에서 인력을 확충하고 있다. 이날 중국일보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ASML의 중국 지역 총괄 책임자는 “올해 ASML의 중국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내년 전망 역시 매우 밝다”면서 “올해 중국에서 200명 이상을 고용했고 내년 사업 확대로 채용 규모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ASML이 독점하는 7nm(나노미터) 이하 첨단 반도체용 노광장비는 미 제재에 따라 중국에 수출할 수 없지만 미 제재를 피해 범용 노광장비 판매를 확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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