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운송업계가 동부 국경을 막아선 채 나흘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규제 완화로 자국 운송산업에 뛰어든 우크라이나 화물차주들 때문에 수익이 급감했다는 이유에서다.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수입을 금지했던 것처럼 화물차 진입을 제한해 달라는 게 이들의 요구이지만 폴란드 정부는 유럽연합(EU)과 합의한 사항이라며 규제 재도입에 난색을 보였다.
AFP 통신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트럭 운전사 올렉산드르(36)는 서부 라바루스카 인근 간선도로 위에서 다른 운전자들이 나눠준 조리도구로 끼니를 해결하며 꼬박 이틀밤을 지새우며 폴란드 국경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비슷한 시각 국경 반대편 폴란드 동부 흐레벤네에선 폴란드 화물차주들이 국경을 차단한 채 화물차량의 EU 회원국 입국 허가제를 복원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화물차량 입국 허가제가 폐지돼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운송회사들이 앞다퉈 폴란드에 법인을 신설하면서 출혈 경쟁을 벌인다고 주장했다.
지난 7일부터 도로를 점거한 시위로 국경 통과 시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상태다. 폴란드 경찰은 약 500대의 트럭이 흐레벤네와 라바루스카 사이에 40㎞가량 줄지어 정차해 국경 통과에만 160시간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폴란드 국경당국은 웹사이트를 통해 남쪽으로 더 떨어진 메디카에선 트럭 한대가 국경을 넘는 데 최소 55시간이 소요된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크라이나 트럭 운전자들의 불만은 점점 고조되고 있다. 올렉산드르는 이건 “우크라이나에 대한 경제적 압박”이라며 “전쟁통에 국경을 폐쇄하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운전자인 드미트로는 “종착지가 폴란드가 아닌 트럭도 많다”면서 “더 멀리 가는 운전자들만이라도 국경을 넘을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도 이날 “폴란드 화물차주들이 자국 정부에 항의할 권리를 존중한다”면서도 국경을 차단하는 시위로 인해 “우크라이나와 폴란드는 물론 EU 경제에 심각한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폴란드 화물차주들은 농업 보호를 위해 취했던 규제 조치를 운송업에도 적용해 달라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EU는 지난 9월 폴란드·불가리아· 헝가리·루마니아·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5개국에 내려진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수입 금지조치를 해제하라고 했지만, 폴란드는 이를 거부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폴란드 인프라부는 화물 트럭 입국 허가제를 폐지한 건 “EU와 합의한 결과”라며 “관련 협정이 만료될 때까지 폴란드 단독으로 허가제를 재도입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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