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권 사우디서 특별 정상회의
이란 “폭압에 저항外 방법 없어”
사우디 “팔 주민 살상, 이에 책임”
이스라엘, 가자 병원 공격 부인
중동 패권을 놓고 치열하게 대립했던 ‘수니파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 종주국’ 이란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 후 반(反)이스라엘 공동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거듭된 공습으로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자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또한 11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얼굴을 맞대고 한목소리로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 사우디-이란, 한목소리로 이스라엘 규탄
AP통신 등에 따르면 11일 리야드에서 열린 이슬람협력기구(OIC) 특별 정상회의에 참가한 주요 이슬람국 지도자는 일제히 이스라엘을 비판했다. 이 자리에서 라이시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는 올 3월 두 나라의 관계 개선 이후 처음 대면했다.
팔레스타인의 상징이기도 한 흑백 사각형 체크무늬의 ‘카피예’(아랍 남성이 쓰는 두건)를 어깨에 걸친 라이시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폭압에 저항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우리는 이스라엘에 저항하는 하마스의 손에 입을 맞췄다”며 하마스를 계속 지원할 뜻을 밝혔다. 또 이스라엘군을 ‘테러 집단’으로 지정하고,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건설할 때까지 이스라엘에 대한 저항을 멈추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빈 살만 왕세자 또한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저질러진 범죄의 책임은 점령 당국(이스라엘)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엔과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의 국제법 위반 행위를 막는 데 실패했다고도 지적했다.
수니파와 시아파는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의 죽음 이후 이슬람 전체의 주도권을 놓고 1400여 년간 대립했다. 특히 2016년 사우디가 자국의 시아파 지도자를 테러 혐의 등으로 처형하자 두 나라는 국교를 단절했다. 그러다 올 3월 중국의 중재로 외교 관계를 복원했고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발발 후 더 가까워지는 모양새다. 현직 이란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은 2012년 당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이후 11년 만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에 적대적이었던 빈 살만 왕세자가 파격적인 변신을 꾀했다며 “놀라운 일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과의 국교 정상화 논의를 중단하기로 했으며 거듭 반(反)이스라엘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 미숙아 사망에 비판 여론 고조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에 대한 비판 여론도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인권의사회(PHRI)는 11일 알시파 병원의 전기, 수도, 의료용품 부족 등으로 인큐베이터에 있던 미숙아 2명이 숨졌고, 다른 미숙아 37명의 생명 또한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미 뉴욕타임스(NYT) 등은 병원 내 인공호흡기가 작동을 멈춰 일부 중환자실 환자에게는 의료진이 몇 시간 동안 수동으로 인공호흡을 해야 했다고 전했다. 알시파 병원 관계자들은 “다른 병원으로 이동하던 의료진 등도 이스라엘 저격수의 총격에 숨졌다”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은 “병원을 직접 폭격한 것이 아니라 병원 인근만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11일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가 전쟁 종료 후 하마스 대신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PA가 아이들에게 이스라엘을 혐오하고 죽이도록 교육할 것”이라며 “가자의 안보통제권을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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