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가 성범죄로 기소된 후 감옥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사진)의 피해자들에게 2억9000만 달러(약 3770억 원)를 지불하기로 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10일 보도했다. 엡스타인은 성착취 대가 및 입막음 용도의 돈을 JP모건 계좌를 통해 피해자들에게 지불했다. 이에 피해자들은 JP모건이 성범죄를 묵인했으며, 고객 계좌가 범죄에 이용되지 않도록 사용 용도를 파악해야 하는 의무를 지녔음에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JP모건을 상대로도 소송을 제기했다.
뉴욕 남부 지방법원의 제드 라코프 판사는 9일 JP모건이 엡스타인 사건의 피해자 약 200명에게 합의금을 지불하고 소송을 종결하는 합의안을 최종 승인했다. 라코프 판사는 “금융회사 또한 성매매와 관련된 거래를 조장할 경우 책임을 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향후 성매매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엡스타인은 2006∼2013년 JP모건 계좌를 통해 여러 명의 여성에게 성매매 대금을 지불했다. 그때마다 JP모건 직원들이 엡스타인의 자금 용도가 불명확하다는 보고서를 제출했음에도 JP모건 수뇌부가 묵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엡스타인의 범죄 행위를 몰랐다는 당초 은행 측 주장과는 다른 증거가 속속 공개되면서 JP모건 경영진이 궁지에 몰린 바 있다. 앞서 올 5월 엡스타인이 역시 자금을 융통했던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 또한 엡스타인의 피해자들에게 7500만 달러를 지불했다.
뉴욕의 유명 금융가였던 엡스타인은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동생 앤드루 왕자 등 세계적 유명 인사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사업을 확장했지만 오래전부터 성범죄 의혹에 시달려 왔다. 그는 2008년 최소 36명의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매매를 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혐의를 시인했지만 13개월만 복역하고 곧 풀려났다. 2019년 7월 최소 20명의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매매를 한 혐의로 또 기소됐다. 이후 수감 36일 만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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