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정상회의]
샌프란시스코APEC서 15일 회담
尹, 16일 IPEF 정상회의 참석
한국을 비롯한 21개국 정상급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제30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11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막했다. 17일까지 일주일간 열리는 이번 APEC 회의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및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으로 지정학적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미중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어 국제정세 변화의 분기점이 될지 이목이 쏠린다.
이번 APEC 회의는 2011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개최된 이후 12년 만에 미국이 여는 회의다. 의장국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윤석열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등 회원국 대부분이 참여한다. 국가가 아닌 ‘개별 경제(economy)’에 회원 자격을 주기 때문에 대만도 회원국이지만 중국의 반발을 고려해 관례대로 차이잉원 대만 총통 대신 반도체기업 TSMC의 창업자 모리스 창(92)이 특사 자격으로 참석한다.
1989년 출범한 APEC는 미중 갈등 심화 속에 몇 안 되는 양국 대화 창구로 부상해 왔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발리 회담에 이어 올해에도 15일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이 이번 회의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양국 간 위기관리를 위한 가드레일 설치 등 실질적 성과가 있을지 주목된다.
미중 소통 재개 기대감과 더불어 바이든 행정부 주도로 중국을 견제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경제·안보 플랫폼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정상회의도 APEC 회의를 계기로 16일 개최된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IPEF 정상회의에 참석해 그간 협상 성과를 확인하고 향후 구체적 협력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12일 밝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규범을 지키며 인태지역의 공동 번영을 추구하려는 IPEF의 취지를 지지하는 윤 대통령의 발언이 나올 수도 있다”며 “중국 등 특정국을 배제하는 논의가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美中 경제수장 “디커플링 없다”… 美합참 “中에 대화재개 서한”
양국, APEC서 경제-군사 대화 속도 옐런 “中 분리, 美中에 손해 끼쳐” 허리펑과 만남서 교류 확대 합의 美 “中과 군사소통 채널 복구 중요”
11일(현지 시간) 개막한 제30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1년 만에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이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가 “모든 의제가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다”고 언급한 만큼 북-러 밀착, 중동전쟁 확전 억제 등 국제적 사안부터 미국의 대(對)중 수출통제 등 양자 문제가 두루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 2월 중국 정찰풍선 사태 이후 오랜 냉각기 끝에 성사된 정상회담에 앞서 미중 경제수장 회담 등 물밑 대화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미국이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미중 군사 대화 재개 기대감과 더불어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 강화 움직임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 미중 경제 수장, 소통 강화 합의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APEC 회의 개막 직전인 9, 10일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허리펑(何立峰)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만나 양국 간 ‘디커플링(decoupling·경제 분리)’을 지양하고 소통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옐런 장관은 10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중국 경제를 분리하려는 게 아니다. 이는 미중에 손해를 끼치고 세계를 불안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통신 신화사도 “허 부총리가 미국을 방문해 옐런 장관과 여러 차례 회담하며 미중 경제관계와 글로벌 도전 대응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디커플링을 추구하지 않는 건전한 경제관계를 환영한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미중 경제의 완전한 분리를 의미하는 디커플링 대신 핵심 공급망을 제외한 나머지 분야 협력은 강화하는 ‘디리스킹’ 전략을 추진해 왔다. 중국은 “디리스킹이 디커플링의 다른 이름”이라고 비판해 왔지만 양측 경제 수장 회담을 통해 교류 확대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이다. 양국 경제 수장은 또 정기적 소통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옐런 장관이 올 7월 첫 방중에 이어 내년에도 중국을 다시 방문하기로 했다.
미중 간 이견도 확인됐다. 옐런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중국 기업이 러시아에 물질적 지원을 제공할 경우 제재 등 중대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흑연 등 주요 광물에 대한 중국의 수출 통제에도 우려를 표명했다. 또 중국이 환율 개입을 위해 보유해온 미국 국채를 매도하고 있다는 우려 속에 “중국은 외환 관행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며 투명성 문제를 지적했다.
● 美 합참의장 “中과 소통 복구 긴요”
미중 정상회담 이후 양국 고위급 군사 대화가 재개될 것이란 전망도 구체화되고 있다. 미군 최고위직인 찰스 브라운 합참의장은 10일 자신의 카운터파트인 류전리(刘振立) 중국 연합참모부 참모장에게 ‘대화 재개를 바란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브라운 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미중 간 군사 대화 재개는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목표”라며 “어떻게 결론이 날지 지켜봐야 한다. 난 희망에 차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일본에 이어 한국을 방문 중인 브라운 의장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두 군사 대국 간) 오해를 막으려면 군사 소통 채널을 복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브라운 의장을 비롯해 미국 외교·국방 라인 관료들은 이번 주 한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순방하며 지역 동맹국과 의제 조율 및 협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최근 한국을 찾아 북-러 밀착 관련 대화를 나눴으며, 10일엔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함께 인도와 ‘2+2 외교 국방장관’ 회의에 참여했다. 인도에서는 수브라마니암 자이샹카르 외교장관과 라즈나트 싱 국방장관이 각각 참석했다. 블링컨 장관과 자이샹카르 장관은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포용적이고 탄력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노력을 강화하는 데 합의했다”고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이 밝혔다.
인도는 APEC 회원국은 아니지만 APEC를 계기로 열리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의 핵심 참여국이자 안보 협의체 ‘쿼드’의 일원이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인도와의 관계 강화를 추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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