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 예정인 양국 정상회담에서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무기를 규제할 국제 기준을 마련하자는 데 합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 전쟁의 양상을 바꿀 ‘게임체인저’로 꼽히는 ‘자율살상무기체계(LAWS·Lethal Autonomous Weapons)’에 대한 양국의 첫 군비 통제 합의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이 각종 추락 사고를 이유로 2019년부터 규제해 온 미국 보잉 항공기에 대한 제재를 풀 것이란 기대감도 높다.
다만 경제안보, 대만 등을 둘러싼 양국의 시각 차이 또한 여전하다. 미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긴장을 완화하더라도 핵심 산업의 중국 의존도 완화 등 ‘디리스킹(탈·脫위험)’ 전략은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중국 또한 내년 1월 대만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공개 약속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 미중 정상, 첫 AI 군축 논의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무인기(드론) 같은 자율 무기, 핵탄두의 제어 및 배치 등에서의 AI 사용을 금하는 약속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1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그간 미국 등 서방에선 AI를 장착한 무기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AI가 스스로 판단해 공격 명령을 내리도록 하는 것을 허용하면 대만 해협, 남중국해 등 양국이 치열하게 대립 중인 분쟁 지역에서 발생하는 우발적 충돌이 자칫 전면전으로 치달을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핵무기에 AI가 장착되는 것을 무제한 허용하면 핵전쟁의 위기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옛 소련의 잠수함이 미 군함의 움직임을 오판해 핵 어뢰를 발사하려 했다가 발사 직전 가까스로 중단된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1984년 소련이 레이더 오작동으로 미 핵미사일 발사에 핵 보복으로 대응하려다 중단한 것 같은 위기의 순간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또한 미국은 양국 군사 분야의 소통을 재개하겠다는 뜻도 강조하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2일 미 CBS 방송에서 “전술·작전 수준에 이르기까지 실수나 오판이 없도록 의사소통 복원이 필요하다”며 양국 갈등 후 중단된 미중 국방장관의 소통 재개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中, 보잉 규제 해제 관심
블룸버그는 중국이 이번 회담을 계기로 보잉 ‘737 맥스’ 항공기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방안 또한 검토하고 있다고 13일 보도했다.
과거 보잉은 중국 주요 항공사에 140대의 ‘737 맥스’ 항공기를 팔기로 했다. 중국은 각국에서 이 기종의 추락 사고가 잇따르고 양국 갈등 또한 격화하자 2019년부터 해당 기종의 운항 및 인도를 금했다. 이미 미국산 대두의 수입 규제를 해제한 중국이 보잉 항공기의 인도까지 재개하려는 것은 이 조치가 실행되면 미국 또한 현재 검토 중인 대(對)중국 고율 관세를 도입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12일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시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 전 미 기업인들과 만나는 일정을 추진했지만 백악관이 반대해 회담 후로 미뤄졌다고 전했다. 이에 시 주석 역시 미국이 반도체를 포함해 중국에 대한 새로운 수출 규제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얻어내려 한다고 평했다.
또한 시 주석은 내년 1월 대만 대선을 앞두고 미국에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공개 약속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또한 같은 해 11월 미 대선에 중국이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두 나라는 ‘좀비 마약’ 펜타닐의 중국산 원료가 미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양국 워킹그룹 출범도 논의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대처하는 방안 또한 의제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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