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일부 대법관들의 공짜 호화여행 등 법관 윤리 논란이 커지자 사상 처음으로 자체 윤리 강령을 마련했다.
13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은 “최근 수년간 대법관들이 다른 법관과 달리 스스로를 어떤 윤리 규범에도 구속되지 않는다고 여긴다는 오해를 받아 왔다. 이런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 윤리 강령을 명문화한다”고 밝혔다.
이 강령에 따르면 대법관이 판결의 공정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외부 활동에 참여해서는 안 되며, 특정 사건에 있어 재판 결과에 영향을 줄 정도의 경력이나 금전적 이해관계가 있는 대법관은 재판에 관여하지 않도록 했다. 미국에서 일반 판사는 업무 관련자에게 선물을 받을 수 없고, 400달러가 넘는 선물을 받았을 경우 법원에 보고해야 한다. 이에 비해 종신 임기가 보장된 연방대법관은 그동안 별도의 윤리 강령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연방대법관들의 윤리적 일탈이 잇달아 물의를 빚었다.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은 부동산 사업가에게 자가용 비행기를 이용한 호화 여행과 고가의 스포츠 경기 티켓 등 수십 차례 향응을 제공받고도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도 2008년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와 알래스카로 낚시 여행을 떠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구설에 휘말렸다.
올 8월 여론조사기관 갤럽 발표에 따르면 60% 안팎이던 연방대법원의 업무 수행 지지율은 40%로 떨어져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발표된 윤리 강령에는 논란이 됐던 선물, 여행, 부동산 거래, 책 판매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제한을 두지 않아 “반쪽짜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소속 딕 더빈 상원 법사위원장(일리노이주)은 “이번 강령은 우리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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