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지휘부로 이용 증거 있다”
백악관 발표 몇시간 만에 실행… 하마스 “美, 잔혹한 학살 신호 줘”
“멈춘 인큐베이터서 조산아들 꺼내… 포일로 몸감싸며 체온유지 안간힘”
이스라엘군이 15일 새벽 가자지구 내 최대 의료기관인 알시파 병원을 전격 급습했다. 이스라엘은 이 병원에 하마스의 작전지휘 통제소가 있다고 주장해 왔는데 미국 백악관 역시 “하마스가 병원시설을 이용한 증거가 있다”고 밝히자 몇 시간 만에 작전이 시작됐다.
그동안 연료, 전력, 식수 부족 등으로 환자들의 생명을 위협받던 알시파 병원은 이번 공습으로 더욱 심각한 위기에 몰렸다. 미국은 민간인 피해를 우려해 알시파 병원을 포함해 가자지구 내 병원 환자들을 제3자를 통해 대피시키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지지해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새벽에 병원 응급실 진입, 지하 수색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전 2시경 성명을 통해 “알시파 병원 내 특정 지역에서 하마스에 대한 정밀 표적 타격 작전을 진행하고 있다”며 “하마스 대원들에게 투항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몇 주간 하마스가 병원을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할 경우 해당 병원이 국제법에 따라 보호받는 지위를 상실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설명했다. 민간인 피해 우려에 대해선 “(작전 중인) 지상군에는 복잡한 환경에 대처하는 특수 훈련을 받은 군인과 의료팀, 아랍어 통역자도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CNN은 병원 내 의료진 등을 인용해 “이스라엘군이 병원을 향해 탱크로 진격했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보건당국 관계자는 “이스라엘군이 알시파 병원 지하 수색을 시작했으며 병원 내 수술실과 응급실에도 진입했다”며 “일부 사람들이 병원에서 벗어나려다 총격을 당했다”고 알자지라 방송에 밝혔다.
현재 알시파 병원에는 환자 및 의료진 수백 명과 피란민 수천 명이 머물고 있다. 이 병원 지하는 이스라엘군이 하마스의 작전지휘 통제소가 있다고 꾸준히 지목해온 곳이다. 여기에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14일 “하마스가 알시파 병원을 지휘통제소로 사용하고 있으며 이곳에 무기를 보관하고 인질을 억류했다는 정보를 확인했다. 이는 전쟁범죄”라고 밝혔다. 전날 이스라엘군도 가자지구 일대 란티시 병원 지하수색 영상을 공개하며 “군사작전 및 인질 억류 흔적을 발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작전은 백악관이 “하마스가 알시파 병원을 지휘통제소로 사용하고 무기도 보관했다는 증거가 있다”고 밝힌 지 몇 시간 만에 실행됐다. 이에 하마스는 해당 주장은 거짓이라면서 “이스라엘군이 병원을 겨냥해 더욱 잔혹한 학살을 저지를 수 있도록 미국이 ‘청신호’를 준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 조산아들 뜨거운 물 옆에 두며 체온 유지
그동안 알시파 병원에선 연료 부족으로 병원 가동 전력이 끊기고, 의료용품도 다 떨어져 영아와 환자 등 15명이 숨졌다. 병원 내부를 지켜본 관계자들은 “이번 공습으로 알시파 병원은 더욱 재앙적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CNN 등에 따르면 병원의 한 의사는 “이스라엘군이 작전 수행 불과 30분 전에 대피 경고를 했다”며 “창문, 발코니 주변에 접근하지 말라는 요구를 받았고 곧 무장한 전차 소리가 들려왔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이들이 마실 우유, 물, 음식이 이제 거의 없다. 병원 내 모든 이들이 굶주리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병원 관계자들은 작동을 멈춘 인큐베이터에서 조산아들을 꺼낸 뒤 포일로 몸을 싸서 뜨거운 물 옆에 두며 체온을 유지시키는 등 생명을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자지구 내 다른 병원도 이 같은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가자지구 보건 당국에 따르면 지역 내 30개 병원 중 1곳만 정상 운영되고 있다.
인도주의적 위기 고조로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세지자 이스라엘군은 “공습 전 환자와 의료진 등을 대피시키려 노력했으며 이들을 위한 안전 경로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통신은 NSC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병원 공격을 지지하지 않고 환자는 보호받아야 한다는 게 미국 정부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로이터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내 구호단체에 쓰일 일부 트럭용 연료 2만4000L 반입을 승인했다고 전했다. 다만 한 구호단체 소식통을 인용해 “이 연료가 병원에 쓰일 목적은 아니다. 가자지구 내부로 연료가 어떻게 전달될지도 아직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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